시장에서 말 채찍을 파는 자가 있었다. 50전이면 충분할 물건을 5만전의 값으로 불렀다. 값을 낮춰 부르면 마구 성을 냈다. 지나가던 부자가 장사꾼의 말에 혹해 5만전에 선뜻 그 채찍을 샀다. 부자가 친구에게 새로 산 채찍 자랑을 했다. 살펴보니 특별할 것도 없고 성능도 시원찮은 하품이었다. "이런 것을 어찌 5만전이나 주고 샀소?" "이 황금빛과 자르르한 광택을 보시구려. 게다가 장사꾼의 말에 따르면 이 채찍은…." 그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유종원(柳宗元)이 말했다. "오늘날 그 외모를 치자로 물들이고, 그 말에 번드르하게 밀랍 칠을 해서[梔貌蠟言] 나라에 자신의 기예를 팔려는 자가, 제 그릇에 맞게 대접하면 '내가 어찌 공경(公卿)인들 될 수가 없겠는가?'하고 성을 발칵 낸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공경이 된 자도 많다. 아무 일 없이 3년이 지나면 괜찮겠는데, 막상 일이 생겨 처리를 맡기면 속은 텅 비고 알맹이는 없어, 채찍을 휘둘러봤자 도막도막 끊어져 땅에 떨어지고 말 테니 이 노릇을 어찌하겠는가?" 당나라 때 유종원의 '편고(鞭賈)'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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