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284] 일엽지추 (一葉知秋)

bindol 2020. 8. 2. 07:37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두순(趙斗淳·1796~1870)이 낙향하는 집안 사람을 위해 시를 써주었다. "오동 한 잎 날리자 천하가 가을이라, 가을 바람 가을비만 외론 누각 가득하다. 그대 아직 서울 미련 있음을 내 알지만, 그저 근심뿐이려니 머물 생각 감히 마소(一葉梧飛天下秋, 秋風秋雨滿孤樓. 知君更有門閭戀, 未敢相留秪自愁)."

첫 구는 연원이 있다.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에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을 보니, 잎 하나 지는 것을 보고 한 해가 장차 저무는 줄을 안다(以小見大,見一葉落而知歲之將暮)"라 했다. 또 당나라 어느 시인은 "산승이 날짜를 꼽을 줄은 몰라도, 한 잎 지면 천하에 가을 옴은 안다네(山僧不解數甲子,一葉落知天下秋)"란 구절을 남겼다. 여름철의 비바람을 끄덕 않고 다 견딘 오동잎도 새로 돋는 가을 기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처음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신호로 온 나무의 잎이 일제히 맥을 놓고 낙하한다.

앞서 조두순이 건넨 시의 뜻은 이렇다. "오동잎이 한 잎 지니 곧 낙목한천(落木寒天)일세. 서울 생각일랑 이제 접게. 머문들 근심뿐인 것을 어째 모른단 말인가? 훌훌 털고 돌아가겠다니 잘 생각했네. 작은 데서 큰 것을 살펴야지. 더 늦기 전에 안돈해야지."

다음은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 1534)이 중국에 사신 갔다 돌아오는 길에 쓴 시 중 한 수다. "인생은 나그네와 다름이 없어, 백년 인생 손 한번 뒤집음 같네. 가을 바람 잎 하나 떨구더니만, 벌레 소리 어이 이리 소란스러운가. 객사가 서늘해짐 기뻐하면서, 한밤중 말없이 앉아 있노라. 어지럽고 시끄러운 명리의 길엔, 벼슬아치 수레만 분주하다네. 덧없는 한 꿈을 깨고 나면, 스러져 뉘 다시 살아 있으리. 썩지 않을 사업을 보존하여서, 달사와 더불어 논하고 싶네(人生等過旅, 百年隨手翻. 商☆脫一葉, 候蟲亦何喧. 客舍喜空凉, 夜坐默語言. 擾擾利名途, 冠蓋日追奔. 居然一夢覺, 泯沒誰復存. 我欲保不朽, 可與達士論)."

잎 하나 지니 가을이 왔다. 아직 떨치지 못한 미망(迷妄)이 남았거든 더 늦기 전에 털어내야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14/20141014045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