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283] 삼심양합 (三心兩合)

bindol 2020. 8. 2. 07:3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근세 중국의 기재(奇才) 서석린(徐錫麟·1873~1907)은 독서에서 삼심양합(三心兩合)의 태도를 중시했다. 먼저 삼심은 독서할 때 지녀야 할 세 가지 마음가짐이다. 전심(專心)과 세심(細心), 항심(恒心)을 꼽았다. 전심은 모든 잡념을 배제하고 마음을 오롯이 모아 책에 몰두하는 것이다. 세심은 말 그대로 꼼꼼히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훑는 자세다. 그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대목이나 좋은 구절과 만나면 표시해두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부친에게 나아가 물어 완전히 안 뒤에야 그만두었다. 항심은 기복 없는 꾸준한 마음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밥을 먹어야 하고 날마다 책을 읽어야 한다. 하루만 굶으면 배가 고프고 하루만 안 읽으면 머리가 고프다."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고 한 뜻과 같다.

양합(兩合)은 두 가지 결합과 연계를 말한다. 첫째는 독서와 수신양덕(修身養德)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책상 위에 직접 제갈공명의 '계자서(誡子書)' 중 다음 대목을 써놓았다. "군자의 배움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길러야 한다. 담박함이 아니고는 뜻을 밝게 할 수가 없고, 고요함이 아니고는 먼 데까지 다다를 수가 없다(夫君子之學 靜以修身 儉以養德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고요함과 검소함으로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향상시킬 때 독서의 진정한 보람이 있다. 내면의 성찰 없는 독서는 교만과 독선을 낳기 쉽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면 못쓴다. 둘째로 그는 독서와 신체 단련의 결합을 중시했다. 공부로 잔뜩 긴장한 머리는 산책과 체조 등의 활동으로 한번씩 풀어주어 독서에 리듬과 탄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욱여넣기만 하면 효율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그저 읽고 벌로 읽으면 안 읽느니만 못하다. 성호(星湖) 선생 식으로 말하면, 흑백을 말하면서 희고 검은 것은 모르고 말을 하지만 귀로 들어갔다가 입으로 나오는 데 지나지 않아 실컷 먹고 토하는 것과 같게 된다. 건강을 해치고 뜻마저 사납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07/20141007046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