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명나라 양신(楊愼, 1488-1562)이 대답한다. "번다해도 안 되고 간결해도 안 된다. 번다하지 않고 간결하지 않아도 안 된다. 어려워도 안 되고 쉬워도 안 된다. 어렵지 않고 쉽지 않아서도 안 된다. 번다함에는 좋고 나쁨이 있고, 간결함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 어려움에도 좋고 나쁨이 있고, 쉬움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 오직 그 좋은 것만 추구할 뿐이다.(繁非也, 簡非也, 不繁不簡亦非也. 難非也, 易非也, 不難不易亦非也. 繁有美惡, 簡有美惡, 難有美惡, 易有美惡, 唯求其美而已.)"
간결하게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고 장황하게 쓴다고 나쁘지도 않다. 쉽고 편해서 훌륭하지 않고, 어렵고 난삽해서 좋은 법도 없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간결하지도 번다하지도 않은 중간을 취하면 되겠느냐며 되묻는다. 그래도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이 될까? 알맞아야 한다. 마침맞으면 된다. 간결해야 할 때 간결하고, 어려워야 할 때 어렵게 쓴다. 길고 자세히 써야 할 대목을 간결하게 넘어가고, 쉽게 쓸 수 있는 것을 굳이 어렵게 쓰면 글이 망한다. 글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그 상황에 꼭 맞게 쓰면 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일본의 나가노 호잔(長野豊山·1783~ 1837)은 '송음쾌담(松陰快談)'에서 양신의 말을 이렇게 받는다. "문장을 논할 때 좋고 나쁨은 묻지 않고, 그저 간결하고 짧아야만 된다고 한다면 붓을 먹에 흠뻑 적셔 하루아침에 구양수와 소동파의 위로 내달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번다하고 길게 써야 한다고 하면, 종이 가득 글자를 늘어세워 모두 맹자와 한유를 압도할 수가 있다. 글자의 많고 적음을 살펴 문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면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모두 고금의 문장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이다.(論文不問其美惡, 唯簡短而後可, 則濡墨�筆, 可一朝駕歐蘇之上. 唯繁長而後可, 則綴字滿紙, 皆可厭倒孟韓. 視字之多少, 以爲文之高下, 則三歲童子, 皆可以論定古今文章矣.)"
상황에 맞고 안 맞고가 있을 뿐 정해진 법칙은 없다. 쓰기만이 아니라 읽기도 같다. 정독할 책은 정독하고 다독할 책은 다독해야지 반대로 하면 안 읽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