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제갈각전(諸葛恪傳)'에 '산월(山越)은 지형이 험한 것을 믿고서 여러 대 동안 조공도 바치지 않았다. 느슨하면 쥐처럼 머리를 내밀고, 다급해지면 이리처럼 돌아본다(山越恃阻, 不賓歷世, 緩則首鼠, 急則狼顧)'라 한 대목이 있다.
수서(首鼠)는 쥐가 쥐구멍을 나설 때 머리만 내밀고 좌우를 번갈아 돌아보며 멈칫대는 모양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혹여 고양이가 기다리지는 않을까, 다른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살피는 행동이다. 머뭇대며 결단하지 못하는 태도를 지적할 때 자주 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수서양단(首鼠兩端)이라고도 한다.
이리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다. 몸은 앞을 향해 가도 고개는 자주 뒤를 돌아본다. 다른 동물이 습격이라도 할까 겁이 나서다. 낭고(狼顧)는 어떤 일을 하다가 두려운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돌아보는 행동을 지적하는 표현으로 자주 쓴다. '사기'에서 소진(蘇秦)이 제왕(齊王)에게 유세하면서 '진(秦)나라가 비록 깊이 들어오고자 해도 이리처럼 뒤돌아보면서 한(韓)나라와 위(魏)나라가 그 후방을 의논할까 염려합니다. 이 때문에 두려워 의심하여 공연히 으르렁대며 뻗대면서도 감히 진공하지는 못합니다(秦雖欲深入, 則狼顧, 恐韓魏之議其後也. 是故恫疑虛猲, 驕矜而不敢進)'라고 한 예가 있다.
관상 중에 낭고상(狼顧相)이란 것이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리만 돌려 보는 상이다. 이런 상을 지닌 사람은 야심이 있고 흉험하다고 했다. 삼국시대 위나라 사마의(司馬懿)가 낭고의 상(相)이란 말을 듣고, 위 무제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그러자 얼굴은 즉시 뒤편을 향해 돌아보는데 몸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이를 보고 그가 남의 신하로 있을 사람이 아니니 조심하라고 태자에게 주의를 주었다는 내용이 진서(晉書) '선제기(宣帝紀)'에 나온다.
쥐는 물건을 훔치고, 이리는 살금살금 기어와 가축을 물어 죽인다. 워낙 조심성이 많아서 좀체 잡기가 어렵고, 야행성이란 점도 같다. 속에 든 것은 남의 것을 훔치고 해치려는 흉험한 생각뿐이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나아갈 듯 돌아보니 잡힐 듯 안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