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나는 신녀(神女)가 대문을 두드렸다. "어찌 오셨습니까?" "나는 공덕천(功德天)이다. 내가 그 집에 이르면 복을 구하던 자가 복을 얻고 지혜를 구하는 자는 지혜를 얻는다. 아들을 빌면 아들을 낳고 딸을 빌면 딸을 낳는다. 모든 소원을 다 뜻대로 이룰 수가 있다." 주인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 목욕재계를 한 후 공덕천을 집의 가장 윗자리로 모셨다.
인간의 화복(禍福)이 맞물려 있어, 복만 받고 화는 멀리하는 이치란 없다는 뜻이다. '노자'도 "화는 복이 기대는 바이고,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이다(禍兮福所倚, 福兮禍所伏)"라고 했다. 그렇다면 변고를 만났을 때 이를 복으로 돌리는 지혜와, 복을 누리면서 그 속에 잠복해 있는 화를 감지해 미연에 이를 막는 슬기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문제다. 눈앞의 복에 취해 그것이 천년만년 갈 줄 알고 멋대로 행동하다가 제 발로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재앙을 만나면 세상에 저주를 퍼붓고 하늘을 원망해 복이 기댈 여지를 스스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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