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18] 격탁양청 (激濁揚淸)

bindol 2020. 8. 4. 05:28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사헌부(司憲府)는 시정(時政)을 논의하고, 백관(百官)을 규찰하며, 기강과 풍속을 바로잡고, 백성의 억울한 일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이다. 서거정(徐居正)이 '사헌부제명기(司憲府題名記)'에서 감찰어사의 직분을 이렇게 썼다. "임금이 잘못하면 용린(龍麟)조차 비판하고, 우레와 번개와도 맞겨룬다. 부월(斧鉞)을 딛고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상(將相)과 대신이 허물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았고, 종친이나 신분 높은 가까운 신하가 교만하거나 함부로 굴면 탄핵하여 이를 쳤다. 소인이 조정에 있으면 반드시 제거하려 했고, 탐욕스러운 관원이 관직에 있으면 기필코 이를 물리치려 하였다. 곧은 이를 천거하고 그릇된 이를 몰아내며, 탁한 이를 내치고 맑은 이를 드높였다(君有過擧, 批龍鱗, 抗雷霆. 蹈斧鉞而不辭. 將相大臣有愆違, 得以繩糾之, 宗戚貴近有驕悍, 得以彈擊之. 小人在朝, 必欲去之, 貪墨在官, 必欲屛之. 擧直錯枉, 激濁揚淸)."

곧은 이를 천거하고 탐욕스러운 자는 몰아내는 거직착왕(擧直錯枉)과, 탁한 이를 내치고 맑은 이를 드높이는 격탁양청(激濁揚淸)이 사헌부의 핵심 역할이다. 신흠(申欽)은 김계휘(金繼輝)의 행장에서 그가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이 되었을 때, "만약 크게 격탁양청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해묵은 폐단을 제거할 수 있겠는가?(若不大加激揚, 其何以祛宿弊)"라 하며 수십 인을 탄핵하자 원망하고 미워하는 자가 많았다고 썼다.

율곡 이이(李珥)는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임금이 신하를 쓸 때 간사한 자를 구별하고 어진 이를 등용하는 변간용현(辨姦用賢)의 요령을 말하면서, 소인의 행태를 이렇게 적었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여 격탁양청하면 저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이라고 지목하고, 바름을 지켜 굽히지 않아 공도(公道)를 붙들려 하면 나라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른다고 지목한다(好善嫉惡, 激濁揚淸, 則目之以排斥異己焉. 守正不撓, 欲扶公道, 則目之以專制國柄焉)."

 

바른 임금이 올곧은 신하를 적임의 자리에 앉히면 격탁양청은 저절로 된다. 문제는 소인이 군자를 칠 때도 꼭 격탁양청을 명분으로 내건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구분은 백성이 가장 먼저 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3/20170523035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