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김반(金泮)이 서장관이 되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어룡(魚龍)을 그린 족자를 내밀며 제시(題詩)를 청하는 이가 있었다. 그가 붓을 들었다. "가벼운 비단 화폭 그 위에다가, 바람 물결 구름 안개 누가 그렸나? 비단잉어 푸른 바다 번드치더니, 신물(神物)이 푸른 허공 올라가누나. 숨고 드러난 형상은 비록 달라도, 날아 솟는 그 뜻은 한가지일세. 만약에 꼬리 태워 끊는다 하면, 하늘 위의 용이 되어 타고 오르리(誰畵輕綃幅, 風濤雲霧濛. 錦鱗翻碧海, 神物上靑空. 潛見形雖異, 飛騰志則同. 若爲燒斷尾, 攀附在天龍)." 중국 사람이 감탄하고 그를 '소단미 선생(燒斷尾 先生)'으로 불렀다.
용과 잉어를 주제로 한 민화 '어변성룡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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