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때 이방헌(李邦獻)이 쓴 '성심잡언(省心襍言)'을 읽는데 '성(省)'자의 생김새에 자꾸 눈길이 간다. 성(省)은 살피고 돌아본다는 의미이나, '생'으로 읽으면 덜어낸다는 뜻이 된다. 돌이켜 살피는 것이 반성(反省)이라면, 간략하게 줄이는 것은 생략(省略)이다. 이 둘은 묘하게 맞닿아 있다. 자세히 살피려면 눈[目]을 적게[少] 즉 가늘게 뜨고 보아야 한다. 또 항목(項目)을 줄여야만[少] 일을 덜어낼 수가 있다.
어찌 보면 잘 살피는 일은 잘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 해도 될 것을 갈라내고, 해야만 할 일 속에 슬쩍 끼어드는 안 해도 될 일과 안 해야 될 일을 솎아낸다. 반성과 생략은 이렇게 하나로 다시 맞물린다.
이덕형(李德馨)은 '사직차(辭職箚)'에서 한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해 임금께 죄를 지은 잘못을 사죄하며 '성현께서 남긴 책을 살펴, 몸을 검속하고 마음을 살피는[檢身省心] 일에 종사해 조금이나마 근본이 선 뒤에 다시 임금을 섬긴다면 행동에 근거가 있어 오늘날의 이 같은 어리석음에 이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고 썼다.
검신성심(檢身省心)! 몸 단속을 잘하고 마음을 점검한다. 이것을 검신생심으로 읽으면 어떻게 되나? 몸가짐을 점검하고 마음을 비워나간다. 이런 뜻이라면 성심을 생심이라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성심잡언'에 실린 몇 항목을 소개한다. '말을 적게 해야 비방이 줄어들고, 욕심을 줄여야만 몸을 보전한다(寡言省謗, 寡慾保身).' '말수를 줄이고 벗 사귐을 가려야만 뉘우침과 자만이 없고, 근심과 욕됨을 면할 수 있다(簡言擇交, 可以無悔吝, 可以免憂辱).'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얻음은 침묵하여 해로움이 없는 것만 못하다( 多言獲利, 不如默而無害).' '밀실에 앉아서도 큰길에 있는 듯이 하고, 작은 마음 모는 것을 여섯 마리 말을 몰 듯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坐密室如通衢, 馭寸心如六馬, 可以免過).' '이름에 힘쓰는 자는 그 몸을 죽이고, 재물이 많은 자는 그 후손에게 재앙이 있다(務名者殺其身, 多財者禍其後).' 말씀의 체에 걸러 참 마음을 살피고 뜬 마음을 걷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