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00] 좌명팔조 (座銘八條)

bindol 2020. 8. 5. 05:4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새해의 다짐 삼아 송나라 청헌공(淸獻公) 조변(趙抃)의 좌우명 중 8자로 된 8조목을 소개한다. '선유문(善誘文)'에 나온다.

첫째는 "일에 무심해야 마음에 일이 없다(無心於事, 無事於心)"이다. 일을 건성으로 하라는 말이 아니라 욕심 없이 하라는 말이다. 담담하고 무심하게 일에 임하니 집착이나 번뇌가 사라진다.

둘째는 "여러 가지 나쁜 말을 듣더라도 바람이나 메아리쯤으로 여긴다(聞諸惡言, 如風如響)"이다. 남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칭찬을 들을지 욕을 먹을지보다, 그 일이 옳은지 그른지의 판단을 앞세우라.

셋째는 "남이 혹 부족해도 인정으로 품어주어야 한다(人有不及, 可以情恕)"이다. 남이 내 기대에 못 미친다고 갑질을 하며 못살게 군다. 그런 행동은 꼭 일이 지난 뒤에 후회를 부른다. 새해에는 품이 조금 더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넷째는 "서로 막을 뜻이 아니라면 이치로 따져 풀어야 한다(非意相干, 可以理遣)"이다. 남에게 앙심이나 유감을 품어 셈법으로 따져 나를 소모하지 않고, 이치로 풀어 감정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겠다.

다섯째는 "좋은 밭 만 이랑이 있다 해도 하루에 먹는 양은 고작 두 홉(良田萬頃, 日食二升)"이다. 두 홉이면 배가 부른데 뱃속에 든 욕심은 한이 없구나. 더 절제해야겠다.

여섯째는 "큰 집이 1000칸이라도 밤에 눕는 것은 여덟 자의 공간이면 된다(大廈千間, 夜臥八尺)"이다. 고대광실(高臺廣室)이 무슨 소용인가? 여덟 자의 몸 누일 공간만 있으면 되는데. 하나라도 더 내려놓아 가벼워지고 싶다.

일곱째는 "말은 한 자나 하면서, 행함은 한 치만 한다 (說得一尺, 行得一寸)"이다. 말로만 떠벌려 실행이 없고 보면 결국 기운만 빠지고 보탬이 없다. 입을 더 다물고 실행에 힘쓰리라.

여덟째는 "다만 좋은 일을 행할 뿐 앞길은 묻지 않는다(但行好事, 莫問前程)"이다. 좋은 일은 상대가 좋고 내가 좋으니 결국은 모두에게 좋다. 그것으로 받아야 할 보답이 충분하다. 마음의 길을 따를 뿐 다른 허튼 생각은 지우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30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