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07] 자경팔막 (自警八莫)

bindol 2020. 8. 5. 05:5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앞 글에 이어 선유문(善誘文)의 초연거사육법도(超然居士六法圖) 중 자경팔막(自警八莫)을 소개하겠다. 스스로 경계로 삼아야 할 여덟 가지 해서는 안 될 일의 목록이다.

첫째, 심념막망상(心念莫妄想)이다. 마음의 생각은 망상을 하지 말라. 염(念)은 콕 박혀 안 떠나는 생각이고 상(想)은 퍼뜩 떠오른 생각이다. 망상은 망령된 생각, 즉 헛생각이나 개꿈이다. 사람은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 상념은 마음에 찌꺼기와 얼룩을 남긴다. 사려(思慮)를 깊게 해서 마음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자.

둘째, 광음막한과(光陰莫閑過)이다. 세월은 일없이 보내지 말라. 아까운 세월을 어찌 빈둥거리랴. 긴 인생의 몇 십 년을 하는 일 없이 보낸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없다.

셋째, 명리막탐구(名利莫貪求)이다. 명예와 이익은 탐욕스레 구하지 말라. 욕심으로 얻은 명예, 탐욕스레 움켜쥔 이익은 나를 찍는 도끼다. 오래가지 못한다.

넷째, 진노막자종(嗔怒莫恣縱)이다. 성내고 분노함을 함부로 멋대로 하지 말라. 한때의 분노를 못 참아 백 일의 근심을 부른다. 잠깐 시원하고 뒤끝이 오래간다.

다섯째, 견인막투기(見人莫妬忌)이다. 남을 보고 시샘하지 말라. 나보다 나은 사람을 질투해서 해코지하거나 상대를 꺼려 못되게 굴면 내 그릇이 드러날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발전도 없다.

여섯째, 세재막상수(世財莫常守)이다. 세상의 재물은 지키려 들지 말라. 재물은 돌고 도니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잠시 빌려 쓰는 것이려니 해라. 아등바등 붙들고 놓지 않으려 해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일곱째, 강량막시뢰(强梁莫恃賴)이다. 힘세고 강한 것을 믿지 말라. 제 힘과 역량을 믿고 멋대로 날뛰면 나중에 힘이 빠졌을 때 몇 배로 되돌아온다.

여덟째, 임사막해인(臨事莫害人)이다. 일을 하면서 남을 해치지 말라. 보태주고 도와주고 거들어 줘야지 상대를 해치거나 짓밟으면 어느 순간 내게 똑같이 돌아온다.

끝에 덧붙였다. "이 여덟 가지 해서는 안 될 일을 지킨다면 일생이 편안하고 즐거우리라."(守此八莫, 一生安樂)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0/20190220033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