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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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초연거사육법도(超然居士六法圖)' 중 '비서십원(悲誓十願)'이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다짐한 열 가지 바람이다.
첫째, 모든 사람이 편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願一切人安樂). 나만 좋고 나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다 같이 기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둘째,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한다(願一切人離苦). 자잘한 근심과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웃으며 함께 한세상을 건너갔으면 싶다.
셋째,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할 수 있기를 원한다(願難行能行). 진실을 위해 낸 용기가 짓밟히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넷째,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릴 수 있었으면 한다(願難捨能捨). 아깝지만 버려야 할 것들을 잘 가려내는 지혜를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다섯째, 참기 어려운 것을 능히 참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願難忍能忍). 불의와 타협하거나 굴종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에 헌신할 수 있기를.
여섯째, 믿기 어려운 것을 능히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願難信能信). 얄팍한 지식으로 지혜와 초월의 세계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신중함을 갖추고 싶다.
일곱째, 증오와 집착을 없앨 수 있었으면 한다(願除憎愛). 사랑이 넘쳐 증오가 된다. 증오는 집착을 부르고 나를 태운다.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여덟째, 속임이 없기를 원한다(願無欺誑). 속지 않으려 속이고 속고 나서 속인다. 서로 속여 함께 지옥에 빠진다. 그 빗장을 풀자.
아홉째, 언제나 다른 사람의 뜻에 차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願常滿人意).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 미소가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째, 늘 본분에 따라 살고 싶다(願常依本分). 넘치는 것 바라지 않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며 사는 삶이라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 덧붙인다. "이 열 가지 바람을 지킨다면 어진 행실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守此十願 賢行必成). 거창하고 대단한 꿈 말고 소박하고 따뜻한 소망이 정신을 높이 들어 올려 우리를 뜨겁게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7/20190227033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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