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년 12월은 기상 재변이 잇따랐다. 흰 기운이 하늘로 뻗치고,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다. 섣달인데도 봄 날씨가 이어졌다. 천관서(天官書)에 따르면 이는 병란이 일어나거나 간신이 임금을 덮어 가리는 불길한 조짐이었다. 봄 같은 겨울은 임금이 살피는 것이 분명치 않아 나라의 기강이 풀어져 느슨해진 것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서경'에 나온다.
그는 또 나라의 흥폐가 임금이 마음을 한번 돌리는 사이에 달려 있다고 했다. 기강을 세워 어진 이를 쓰면 전적으로 맡기고, 부족한 사람을 내칠 때는 서둘러 하여 그 과정에 간사한 기운이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은 "온 나라가 전하께 바라는 바는 고식적인 어짊(姑息之仁)과 구차한 정치(苟且之治)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로 맺었다. 제스처만의 구언(求言)이나 고집불통의 정치 말고, 하늘의 경고에 답하고 신민(臣民)의 바람을 위로해 주기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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