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1796년에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읽는데 자꾸 지금이 겹쳐 보인다. "백성의 뜻이 안정되지 않음이 오늘날보다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등급이 무너지고 품은 뜻은 들떠 제멋대로입니다. 망령되이 넘치는 것을 바라고, 흩어져 음일(淫溢)함이 가득합니다. 사양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고, 겸손한 뜻은 자취도 없습니다. 조정에 덕으로 겸양하는 풍조가 없고 보니 관리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고, 마을에 스스로를 낮추는 풍속이 없는지라 위의 명령을 모두 거스릅니다. 본분을 어기고 윗사람을 범하여 불의가 풍속을 이루고, 함부로 나아가면서 욕심이 끝도 없어 염치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예의염치의 네 바탕이 사라지면 크고 작은 일이 엉망이 되어 마치 썩고 망가진 그물처럼 됩니다. 사람이 저마다 자신만을 위한다면 그 마음이 억만이 되어, 온 나라 사람이 모두 행민(倖民)이 되고, 온 나라 재물은 전부 뇌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위로는 조정 백관부터 아래로 마을 이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사람도 공정한 방법으로 얻는 자가 없고, 크게는 군대와 세금과 형법부터 작게는 송사와 심문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도 공도(公道)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소의 관원들은 편안하게 놀면서 예삿일로 봅니다."
서두를 읽다 말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글 속의 행민(倖民)은 요행을 바라고 살아가는 백성을 가리킨다. '춘추좌씨전'의 풀이에 "훌륭한 사람이 윗자리에 있으면 나라에 요행을 바라는 백성이 없고, 상을 주는 것이 어긋나지 않고, 형벌을 시행함에 넘치지 않는다"고 했다. 속담에서 '백성에게 요행이 많은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民之多倖 國之不幸也)'라 한 것도 같은 뜻이다.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은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얻은 자가 행민이니, 일없이 빈둥거리며 노는 백성을 뜻한다고 풀이한 바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니 요행을 꿈꾼다. 정도(正道)가 행해지지 않아 꼼수가 횡행한다. 예의도 없고 염치도 모른다. 로또에 인생을 걸고, 수단을 부려 얻는 것을 능력으로 안다. 원칙이 사라진 세상 풍경이다. 요행이 많으면 국가가 불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