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고려 나옹(懶翁) 스님의 '탄세(嘆世)'시 네 수를 읽어 본다. 첫 수는 어둡다. "세상 일 어지럽다 언제나 끝이 날꼬. 번뇌의 경계만이 배나 더 많아지네. 미혹(迷惑)의 바람 땅을 깎아 산악을 뒤흔들고, 업장(業障)의 바다 하늘 가득 물결을 일으킨다. 죽은 뒤의 망령된 인연 다시금 모여들고, 눈앞의 광경은 어둡게 사라지네. 구구하게 평생의 뜻 애를 써 보았지만, 가는 곳마다 그대로라 어찌하지 못하네(世事紛紛何日了, 塵勞境界倍增多. 迷風刮地搖山嶽, 業海漫天起浪波. 身後妄緣重結集, 目前光景暗消磨. 區區役盡平生志, 到地依先不奈何)." 미망과 업장을 못 떨쳐 세상은 늘 어지럽고, 번뇌는 깊어만 간다. 아등바등 뭔가 이뤄보겠다고 애를 써보지만, 하던 대로 하고 가던 길로만 가려 드니 어찌해 볼 수가 없다.
|
'정민의 세설신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554] 응신식려 (凝神息慮) (0) | 2020.08.06 |
---|---|
[정민의 世說新語] [553] 삼절삼멸 (三絶三滅) (0) | 2020.08.06 |
[정민의 世說新語] [551] 취문추지 (就紊墜地) (0) | 2020.08.06 |
[정민의 世說新語] [550] 습정양졸 (習靜養拙) (0) | 2020.08.06 |
[정민의 世說新語] [549] 낙화유수 (落花流水) (0) | 2020.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