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74] 찰풍오술 (察風五術)

bindol 2020. 8. 6. 05:40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당나라 덕종이 즉위하자 지방 관리를 안찰하는 출척사(黜陟使)로 유하(庾何) 등 11인을 내보내 지역별로 살피게 했다. 육지(陸贄)가 이들을 위해 찰풍오술(察風五術), 즉 풍속을 살피는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 것이 있다. "노래를 듣고서 그들의 슬픔과 즐거움을 살피고, 장사치를 불러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본다. 문서를 살펴 그들이 소송하여 다투는 내용을 검토하고, 수레와 복장을 보아 검소하고 사치한 것을 가늠한다. 작업을 줄여서 취하고 버리는 것을 따져 본다.(聽謠誦, 審其哀樂. 納市賈, 觀其好惡. 訊簿書, 考其爭訟. 覽車服, 等其儉奢. 省作業, 察其趣舍.)"

그 지역 사람들의 정서가 궁금하면 그들이 즐겨 부르는 유행가를 들어보면 안다. 그들의 관심사는 상인들을 불러 잘 팔리고 안 팔리는 물건에 대해 물어보면 된다. 고을 문서를 검토해보아, 무엇 때문에 소송이 벌어지는지를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다. 타고 다니는 수레와 입고 다니는 복장에서 검소한지 사치스러운지의 분간이 바로 나온다. 일의 조목을 줄이게 하면 그 취하고 버리는 것을 보고 그 속내를 알 수가 있다.

이것은 지금도 그렇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시대의 취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없다. 상권의 변화나 소송 내용의 추이는 사회 구성원의 관심사와 직결된다. 회사나 기관에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을 보면 어디에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훤히 드러난다.

또 관청의 일을 줄이는 다섯 가지 요점(五要簡官事)으로는 "군대의 남아도는 음식을 없애고, 법으로 사람을 휘두르는 것을 제거하며, 급하지 않은 관청의 일을 줄이고, 쓸데없는 물건을 없애며, 긴요하지 않은 일은 그만둔다(廢兵之粵食, 蠲法之撓人, 省官之不急, 去物之無用, 罷事之非要)"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급하지 않은 일, 없어도 될 절차를 거두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되, 법으로 백성 위에 군림하여 찍어누르려는 행태를 없앤다면 일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기강을 세우고 비용을 줄이려면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뀔 줄 모르고 해오던 대로 하고, 가던 길로만 가면서 효율성을 올리고 민심을 얻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3/20200603050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