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 현종(玄宗)은 말년에 양귀비(楊貴妃)에게 빠져 국사를 그르쳤다. 그러나 초기엔 어진 재상을 등용해 ‘개원(開元)의 치(治)’라 불리는 당의 황금기를 이룩했다. 사치 풍조를 몰아내기 위해 문무백관의 호화로운 관복을 벗겨 궁전 안마당에 쌓아 놓고 불을 질렀는가 하면 세금과 부역을 가벼이 해 백성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또 모병제(募兵制)로의 전환을 통해 무조건 징병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도 했다.
이 같은 현종의 바른 정치를 보좌한 대표적 재상이 요숭(姚崇)이다. 요숭은 백성을 위해 일하는 게 곧 국가를 번영시키는 길이라 믿었고 특히 정무 처리의 신속함에 있어서는 따를 자가 없었다. 그런 요숭에게 한 번은 일이 생겨 또 다른 재상인 노회신(盧懷愼)이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됐다. 노회신 역시 청렴결백하고 또 부지런히 일하는 재상이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요숭처럼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노회신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요숭이 복귀한 이후엔 모든 정무를 요숭과 상의해 처리했다.
그러자 노회신을 재상 옆에 있는 대신(相伴大臣)이라는 뜻의 반식재상(伴食宰相)으로 부르는 이들이 생겼다. 이 말은 당시에 노회신을 조롱한다기보다는 요숭에 대한 경의감(敬意感)의 표현으로 쓰였다. 그러다 훗날 반식재상은 곁에 모시고 밥을 먹는 재상이라는 뜻으로, 즉 자리만 차지한 채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대신을 비웃는 말로 굳어졌다. 반식재상에 해당하는 현대판 정치인은 누굴까. 아마도 국회의원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 공간에선 국회의원을 가리켜 허구한 날 정쟁을 일삼아 나라를 해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는 신조어까지 떠돌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의원 수를 늘리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늘어난 의원 수만큼 세금은 증가하고 그들 사이의 싸움 또한 늘어날 것이다.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 참에 아예 국회의 존속 여부를 따져보는 건 어떨까. 지금은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돼 어떤 사안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빠른 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굳이 국민의 뜻을 대신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지금은 의원 수 늘리는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국회를 어떻게 개혁할 지를 따져야 할 시기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伴食宰相 <반식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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