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丹心<단심>

bindol 2020. 8. 16. 03:46

송서(宋瑞) 문천상(文天祥)은 ‘명함’이 여럿이다. 그는 장기의 고수다. 헤엄치며 물 위에서 행마(行馬)했다. 중국 최초의 맹기(盲棋)다. 그는 천재다. 21세 때 병든 몸을 이끌고 응시한 과거에서 장원급제했다. 답안지를 읽어 본 남송 황제 이종(理宗)은 “천상아 천상아, 너는 하늘(天)이 내린 길상(祥)이며, 송(宋)나라의 상서(瑞)로운 길조로다”라고 감탄했다. 이때부터 그의 자(字)는 송서(宋瑞)가 됐다. 그는 원(元)에 맞서 싸운 민족영웅이다. 승산(勝算)은 전무, 장군들도 도망친 절망의 상황에서 그는 홀로 원나라 대군 앞에 섰다. 원에 압송되는 바닷길에서 읊은 ‘링딩양을 지나며(過零丁洋)’는 지금도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시다. 그 마지막 구절에 단심이 나온다. ‘예로부터 죽지 않은 자가 있었던가/ 단심을 남겨 역사에 새기리라(人生自古誰無死 留取丹心照汗靑).’

 


천상은 협박과 회유를 마다하고 죽음을 맞았다. 단심은 붉고 치열한 마음이다. 벽혈단심(碧血丹心)이라고도 한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순정한 충심이다. 단심은 청백(淸白)과도 통한다. 명(明)대 청백리 우겸(于謙)은 ‘석회를 읊다(石灰 吟)’에서 ‘천만 번 쪼이고, 열화에 시달리고, 온몸이 부서져도 두렵지 않다. 그저 한 줄기 청백을 세상에 남길 뿐(要留淸白在人間)’이라고 노래했다.

단심과 청백을 비웃는 무리들은 언제나 있다. 당(唐)시인 한굉(韓)은 ‘한식(寒食)’에서 화기(火氣)를 금해야 할 한식에 권문세가만이 황궁에서 나온 촛불을 받는 특혜의 현장(輕煙散入五侯家)을 그렸다. 만당(晩唐) 시인 두무(杜牧)도 음란한 노래를 부르는 가녀(歌女)에 빗대 취생몽사하는 당시 지도층을 질타했다(隔江猶唱後庭花).

세상이 시끄럽다. 청문회에 나온 공직 후보자들의 살아 온 얘기도 소란스럽다. 따질 땐 매섭게 따져야 옳다. 그러나 일단 맡겼으면 한번 믿어 보자. 우리에게도 문천상이나 우겸 같은 인물이 없으라는 법은 없다. 단심으로 믿어 주면 단심이 되고, 청백으로 믿어 주면 청백이 될 것이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