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며칠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 된다. 걱정스러운 건 새 정부가 내건 적폐청산(積弊淸算)의 과제 외에도 일자리 창출, 북핵 해법 마련 등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이런 일을 해야 할 정부 각료의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적임자라며 장관 등 여러 고위직 후보자를 내세웠지만, 막상 국회 청문회에서 뚜껑을 열고 보면 적지 않은 인사들이 이런저런 허물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기 일쑤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한자 성어가 중국 송(宋)나라 때의 명신(名臣) 범순인(范純仁)의 말인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밝다는 것이다.
범순인은 자제들에게 이르기를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고, 또 총명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어리석다(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 너희들은 항상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스스로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도록 해라. 그렇게 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아도 된다(爾曹但常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 不患不到聖賢地位也)”고 했다. 여기서 나온 지우책인명은 자신의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무리 바보 같은 사람의 눈에도 남의 잘못은 잘 보이기 마련인 게 세상 이치이니 그만큼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 또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여당 또한 과거 야당 시절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집권당의 발목 잡기에 안간힘을 쓰지 않았나. 출호이반호이(出乎爾反乎爾)라는 말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되돌아간다는 뜻으로, 입장이 바뀌어 공수(攻守)의 역할만 달라졌을 뿐인 여야가 하는 행태는 이제나 저제나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것이다. 하긴, 다 똑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인데 뭐 그리 달라질 게 있으랴.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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