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세상 7/18
言約(언약)은 말로 하는 약속이다. 말로 한다고 소홀히 여기면 큰코다친다. 사람 사이의 언약은 법률적 계약 못지않은 구속력을 지닌다. 언약은 戀人(연인) 사이에서 흔하다. 사랑의 불변과 영원한 同行(동행)을 손가락 걸며 약속한다. 90년대 말, 『슬픈 언약식』이란 노래는 많은 연인의 사랑을 받았다.
성경은 言約 덩어리다. 舊約(구약)은 옛 약속이요, 新約(신약)은 예수 이후에 주어진 새 약속이다. 그러니 성경 전체가 言約이다. 성경 내 언약 가운데 가장 부러움을 받는 언약은 ‘다윗의 언약’이다. 하나님이 다윗과 맺은 약속이다. ▶왕으로 삼고 ▶원수를 멸하며 ▶이름을 위대하게 하고 ▶집을 지어 주며 ▶후손을 계속 왕으로 삼고 ▶후손이 죄를 범해도 은총을 빼앗지 않겠다는 등의 황홀한 공약이다.
중국도 言約이란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言約보다는 要約(요약)이란 말을 더 자주 쓴다. 요약의 의미는 다원적이다.
우선 盟誓(맹서)의 의미다. 『史記(사기)』-蘇秦(소진)에 “秦(진)이 楚(초)를 치면 齊(제)와 魏(위)가 정예를 출병해 돕기로 서약했다(要約曰)”는 내용이 보인다. 다음은 束縛(속박) 혹은 삼가다는 뜻이다. 『資治通鑑(자치통감)』에 “왕의 땅은 천하를 속박(要約天下)한다”고 썼다. 淸(청) 唐甄(당견)이 편찬한 『潛書(잠서)』-尙治(상치)편은 “廉恥(염치)의 마음이 사라지면 삼가는 마음이 가벼워진다(要約之意輕)”고 경고한다.
간략하고 세련되다는 뜻도 있다.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학자 劉勰(유협)이 쓴 『文心雕龍(문심조룡)』은 “그러므로 상투적인 글은 情(정)에 이끌리는 자에게는 세련되고 명료한 것(要約而寫眞)으로 보이나 문인에게는 浮華(부화)하고 넘치는 것으로 보인다(淫麗而煩濫)”고 평한다.
끝으로 핵심(要緊)의 의미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宋(송)나라 朱熹(주희)는 저서 『近思錄(근사록)』을 통해 “학자는 논어와 맹자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이 두 권에 정통하면 핵심을 장악하게 되고, 다른 경전을 볼 때 힘을 아낄 수 있다(學者先須讀語孟, 窮得語孟, 自有要約處, 以此觀他經, 甚省力)”고 권면한다.
한 정치인의 불행이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한다. 그분의 평소 발언이 빛났던 탓에 그분의 행위는 짙은 그늘이 됐다. 평소 발언이 곧 言約이다. 말로 맺은 약속이라고 소홀히 여기면 큰코다친다. 그분은 그걸 보여 줬다.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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