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85] 어심양안 (御心養安)

bindol 2020. 8. 20. 03:3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작은 일을 못 참고 화를 내다가, 그만한 일로 화를 낸 것에 또 화가 난다. 치미는 화가 나를 흔들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이럴 때면 '칠극(七克)'의 '식분(熄忿)'을 편다.

"분노란 무엇인가? 원수를 갚으려는 바람이다. 나쁜 말과 욕설, 다툼과 싸움, 살상과 지나친 형벌 같은 여러 가지 일은 모두 분노의 종류다(怒者何, 復讐之願也. 惡言詈語, 爭鬪戰伐, 傷殺過刑諸情, 皆怒之流也)." 분노가 빚어내는 행동이 이렇다. "인내라는 주인이 한번 떠나가면, 마음은 성을 내고 눈은 부라리며, 혀는 마구 떠들고 얼굴은 사나워진다. 손은 흥분하고 몸은 벌벌 떨려, 온갖 일이 한꺼번에 어지러워진다(忍主一去, 心怒目瞋, 舌譯面厲, 手奮身顫, 百役盡亂矣)." 이것은 분노의 결과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

"의롭지 않은 분노는 사나운 짐승의 감정이다. 이치로 마음을 부리지 못하고, 인내로 해로움을 감당함도 없다. 이 때문에 독한 기운이나 독을 품은 꼬리가 있고, 굳센 발굽과 날카로운 뿔이 있으며, 예리한 이빨과 긴 발톱을 갖추고 마음대로 이를 써서 해를 막고 원수를 갚는다(非義之怒, 猛獸之情也. 無理以御心, 無忍以當害, 故有毒氣螫尾, 或有堅蹄銳角, 或有利齒長距, 恣所用之, 以防害復讐)." 분노는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 독기를 쏘고, 할퀴고 들이박고 물어뜯는다. 그래서 말한다. "분노의 감정은 싸워야만 이길 수가 있지, 피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怒情以鬪能勝之, 以避不能勝之)."

 

 

 

분노를 막는 방패는 인내다. "인내란 무엇인가? 평온한 마음으로 해로움을 받아들이고, 내게 해를 준 사람을 꺼리지 않는 것이다(忍者何? 以平心受害, 不忌授我害者是也)." 막상 쉽지는 않다. "인내란 착한 사람의 갑옷과 투구이다. 이것으로 세상의 변고를 감당하고, 마귀를 이기며, 여러 삿됨을 공격하고, 여러 가지 덕을 지킨다. 분노를 막고, 혀를 묶으며, 마음을 다스려, 편안함을 기른다. 두려움을 누르고, 근심을 없애며, 다툼을 끊어낸다(夫忍者, 善人之甲胄也. 以當世變, 勝鬼魔, 攻諸私, 保諸德, 防怒, 羈舌, 御心, 養安, 鎭怖, 祛憂, 絶爭)." 남 탓하며 분노하니 내 마음에 지옥이 생긴다. 인내의 방패로 혀부터 묶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9/2020081905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