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요왈(堯曰) 편에서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오미(五美)를 높이고 사악(四惡)을 물리치라고 대답한다. 오미, 즉 다섯 가지 아름다움은 이렇다. 첫째는 혜이불비(惠而不費)다. 은혜를 베풀되 선심 쓰듯 낭비하지 않는다. 백성이 이롭게 여기는 일로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둘째는 노이불원(勞而不怨)이니,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애쓸 가치가 있는 일을 가려서 하게 하면 백성이 원망이 없다. 셋째는 욕이불탐(欲而不貪)이다. 욕심을 내더라도 탐욕스러워서는 안 된다. 의욕과 탐욕은 쉽게 뒤섞인다. 넷째는 태이불교(泰而不驕)다.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큰일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킨다. 하지만 상대를 우습게 보는 교만은 안 된다. 다섯째는 위이불맹(威而不猛)이다. 위엄을 갖추되 사나워서는 안 된다. 위엄은 존경과 경외에서 나온다.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얻지 못한다. 사악, 네 가지 악은 이러하다. 첫째,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不敎而殺)이다.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다가 걸리면 바로 잡아들인다. 이를 학(虐)이라 한다. 둘째는 고지하지 않고 완성을 보려는 것(不戒視成)이다. 아무 예고 없이 있다가 느닷없이 결과를 요구하므로 이를 폭(暴)이라 한다. 셋째는 명령을 태만히 해놓고 기한에 맞추라는 것(慢令致期)이다. 평소 관리 감독 없이 있다가 기한만 다그친다. 이를 적(賊)이라 부른다. 넷째는 출납에 인색한 것(出納之吝)이다. 어차피 줄 거면서 질질 끌며 애를 먹이니, 이를 유사(有司)라고 말한다.
백성에게 분별 있게 혜택을 베풀고, 희생을 요구하되 원망이 없게 한다. 의욕과 탐욕을 구분하고, 의연함이 오불관언(吾不關焉)의 교만으로 비치지 않게 한다. 사나움으로 위엄을 지키려 해도 안 된다. 이 다섯 가지가 행해질 때 그 정치가 아름답다. ‘걸리기만 해봐라, 가만두나’ 하거나, 방심하게 해놓고 원칙을 들이민다. 중간 점검 없이 바로 결과를 요구한다. 집행해야 할 예산을 차일피일 끌며 애먹이면 주고도 욕먹는다. 이렇게 하면 원망이 생긴다. 이 네 가지 선을 넘으면 그 정치가 망가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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