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이준식의 한시 한 수]〈9〉조식의 칠보시<七步詩>

bindol 2020. 8. 31. 16:38

七步詩 / 曹植

煮豆燃荳箕: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콩을 삶으려고 콩깍지를 태우니
가마솥 콩이 뜨거워 우는구나
본시 같은 뿌리에서 나왔건만
뜨겁게 삶음이 어찌 이리 급한고

 

 

萁 : 콩깎지 기
煮 : 삶을 자
煎 : 달일 전

삼국시대 魏王 曹操에게는 시문에 뛰어난 두 아들 曹丕와 曹植이 있었다.
특히 조식은 ‘천하의 재주를 한 석(石)으로 친다면,

그중 8할은 조식의 것이다’라는 칭송이 따를 정도로 시재가 출중했다.
조조 역시 그런 아들을 유난히 총애해 당초 그를 태자로 책봉하려 했다.
하지만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조식의 기질이 못 미더워
결국 조비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조비가 文帝로 등극한 이후 조식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1년 동안 세 차례나 封地를 옮겨 다녔고, 형의 엄중한 감시

아래 온갖 박해를 받다가 40세에 우울증으로 목숨을 거두었다.

이 시는 조비의 핍박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조식은 일곱 걸음 안에 시 한 수를 짓지 못하면 극형에 처할 것이라는
형의 협박을 받자 이렇게 읊조렸다.

시는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의미심장하고,
비유 또한 기발하다. 콩대를 땔감으로 삼아 콩을 삶는 일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일종의 ‘동족상잔’이다.
이 시가 체념 혹은 원망을 담은 泣訴 그 이상인 이유는 시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삼국지연의 등 후대의 기록에는 시의 앞 2구가 빠진 채

4구로만 소개되는데, 최초로 이 시를 수록한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지금처럼 전체 6구로 되어 있다.
어쨌든 이 시는 생생한 비유도 그러려니와 단숨에 지어낸
문학적 순발력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