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用 漢字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公薦 공천

bindol 2018. 7. 3. 08:30


민주(民主)는 백성(民)이 주인(主)이 된다는 말이다. 민(民)은 예리한 칼에 눈이 찔린 모습이다. 남자 포로의 경우 노예로 삼기 위해 눈을 찔러 반항 능력을 약화시켰다. 민(民)의 원래 의미는 ‘노예’다. 후에 그 의미가 점차 확대돼 일반 사람을 뜻하게 됐다. 주(主)는 등잔불의 심지를 뜻하는 위의 점 하나, 그리고 등잔대를 나타내는 아랫부분으로 구분된다. 심지는 등잔불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중심’이란 의미를 갖게 됐고, 다시 주인(主人)에서처럼 사람(人) 중의 중심(主)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어느 한 사회가 민주적이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뽑을 수 있는가 여부다. 선거(選擧)가 필요한 것이다. 선(選)에는 제사장에게 바치는 제물(祭物)처럼 구성원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巽) 중앙으로 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거(擧)는 ‘구령에 맞춰 무엇을 함께 드는 모습’의 글자인 여(與) 아래 손 수(手)가 추가돼 있다. ‘함께 힘을 모아 무엇인가를 이루어낸다’는 뜻을 갖는다. 선거는 우리를 위해 희생할 사람을 뽑는 일이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각 정당(政黨)은 국민을 위해 뛸 적합한 일꾼들을 추천한다. 이른바 공천(公薦)이다. 공(公)은 공적(公的)이고 공개적(公開的)이어서 사사로움과 배치되는 의미를 갖는다. 천(薦)은 해태를 그린 치와 풀 우거진 모양의 망로 구성된다. 따라서 해태와 같은 신성한 짐승이 먹는 풀로 만든 깔개, 돗자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고대엔 소나 양과 같은 희생물을 바치는 제사를 제(祭)라 하고, 희생물 없이 지내는 제사를 천(薦)이라 했다. 희생물 없는 천(薦)이라는 제사는 제수를 돗자리(薦)에 받쳐 올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 것이다. 이후 임금에게 올리는 걸 천(薦)이라 했는데, 그게 바로 인재 천거(薦擧)였다. ‘공천’은 결국 공정한 추천이란 뜻을 갖는다.

4·11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각 당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그러나 여야 모두 공천이 잘못됐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 흑(黑)과 상(尙)이 결합된 당(黨)이란 글자 자체가 ‘썩은 무리들’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scyo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公薦 공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