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낙원 향한 절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

bindol 2020. 9. 1. 06:00

碩鼠 / 魏風(큰 쥐)

 

碩鼠碩鼠 석서석서
無食我黍 무식아서
三歲貫女 삼세관여
莫我肯顧 막아긍고
逝將去女 서장거여
適彼樂土 적피락토
樂土樂土 락토락토
爰得我所 원득아소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 먹지 마라
삼 년 너를 섬겼거늘
나를 돌보지 않는구나
내 장차 너를 떠나
저 낙원으로 가리라
낙원이여 낙원이여
내 거기서 편히 쉬리라

 

 

동서고금을 통해 도무지 인간과 친해지기 어려운 동물 쥐.
시에는 큰 쥐가 등장했고 화자는 그놈을 3년씩이나 섬겨 왔다고 말한다.
3은 ‘오래’ 혹은 ‘자주’를 뜻한다.

큰 쥐가 내 기장을 먹는’ 행위는 지배층의 가렴주구를 겨냥한 직설이다.
원시 민요답게 문학적 기교 대신 절박한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었다.
섬김이 배신당하고 반항이 무기력하다고 느꼈을 때 그 유일한
대안은 도피다. 화자는 비명처럼, 고해성사처럼 ‘낙원이여’를 반복하는
것으로 삶의 공포와 고통을 절규한다.

단순성으로 더 간절하고 호소력이 강렬한 게 민요의 속성이겠다.
이 노래는 모두 3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2, 3장에서도 큰 쥐는
내 보리와 내 모종을 먹어치운다고 노래했다.

이 민요의 가창자는 시인 김지하가 “시란 어둠을 어둠대로 쓰면서
어둠을 수정하는 것 쓰면서 저도 몰래 햇살을 이끄는 일이라고
한 효용성을 까마득히 오래전에 이미 체득하고 있었을 터다.

이 시는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시경’에 등장하는데 기원전 5, 6세기
무렵 민간에서 불렸다. 민중의 불온한 선동 같기도 한 이런 노래가
어떻게 봉건 전제군주 지배하에서도 수천 년 이어질 수 있었을까
싶겠지만, 기실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민요를 통해 민심을 살피고
정치적 득실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실용적 목적이 따로 있었다.

시제 ‘석서’는 시의 첫 낱말을 딴 것이고
위풍은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민요라는 말이다.

 

-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三歲는 관료의 임기로 오랜 시간을 뜻하고,
女는 부패하고 무능한 관료를 지칭한다.
顧는 보살피는 것이요,
逝는 탄식의 신음소리이다
碩鼠 : 큰 쥐. 여기서는 세금을 가혹히 긁어 내는
군주를 비유하고 있다.
三歲 : 3년 동안. 오랜 세월.
貫女 : 貫 은 섬기다.
女 는 汝 와 같음.
社鼠 : 숨어사는 쥐란 뜻.
권력에 의존하여 간교한 일을자행하는 자를 이르는 말.

○ 碩은 큼이다.
三歲는 그 오래됨을 말한 것이다.
貫은 습관이요,
顧는 생각함이요,
逝는 감이다.
樂土는 道가 있는 나라이다.
爰은 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