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매미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71〉

bindol 2020. 9. 2. 19:37

蟬 / 李商隱(매미)

 

本以高難飽 본이고난포
徒勞恨費聲 도로한비성
五更疏欲斷 오경소욕단
一樹碧無情 일수벽무정
薄宦梗猶泛 박환경유범
故園蕪已平 고원무이평
煩君最相警 번군최상경
我亦擧家淸 아역거가청

 

원래 높은 곳에 살기에 배불리 먹지 못하고
부질없이 울음으로 한을 달랜다
새벽에야 끊어질 듯 잦아드는 울음
나무는 무심하게 저 홀로 푸르구나
낮은 벼슬 탓에 나무 인형처럼 물 위를 떠돌았으니
고향의 전원은 온통 잡초 무성하리니
수고롭게 그대만이 날 일깨워준다만
집안이 청빈하기는 마찬가지라네

 

 

옛사람은 매미가 이슬만 먹고 사는 孤高한 존재로 보아 청빈한 선비에 견주었다.
자신의 안식처이자 버팀목이 되어줄 나무에 붙어 새벽녘까지 울어대지만
나무는 무심한 채 저 홀로 푸르다.


높은 곳에 사느라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밤새 울음으로 한을 달래는 매미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시인은 기댈 곳 없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으리라.


하나 미관말직을 전전하며 타향을 떠도는 나에게 무슨 위안이 더 있으랴.
그대의 울음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다 한들 마땅한 버팀목이라곤 없는
나약한 신세인 건 매한가지다.


금의환향은커녕 황폐해진 고향 땅을 찾아봐야 가난을 면키는 어려울 터다.
한시 속의 매미는 어떤 형상일까.


賈島는 꽃이슬 배 속에 가득하지만 티끌이 잘못하여 네 눈동자를 찔렀구나.
꾀꼬리며 솔개가 한데 어울려 너를 해치려 마음먹고 있네
(‘병든 매미’)라 했고, 낙빈왕(駱賓王)은 “이슬이 무거워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람 세찬 탓에 울음소리는 쉬 가라앉네


(‘매미를 노래하다’)라 했으니 하나같이 핍박받거나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약자로 등장한다.
우세남(虞世南)은 “높은 곳에 살기에 그 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이지
가을바람에 기댄 때문은 아니라네”

(‘매미’)라 하여 매미 특유의 기품과 기량에 찬사를 보냈다.

 

-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