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세상을 버리고 은둔했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에 완적(阮籍)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 위진(魏晉) 시기 시인이다. 어느 날 그가 모친상을 당했다. 상주였던 그는 문상객들에게 평소 품어오던 자신의 감정을 각각 표현했다. 방법은 눈동자였다. 예절이 바르고 올바른 사람은 검정 눈동자(靑眼)로 보고, 무례하고 그릇된 사람은 흰 눈동자(白眼)로 흘겨 보았다. 또 다른 죽림칠현인 혜강(<5D46>康)을 검정 눈동자로 봤지만,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그의 동생 혜희(<5D46>喜)를 흰 눈동자로 쳐다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안(白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연유다. ‘남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흘겨본다’는 뜻의 ‘백안시(白眼視)’는 여기서 유래됐다. 거꾸로 ‘청안시(靑眼視)’는 ‘따뜻하고 친근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는 의미다. 백안시 白眼視 눈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성어가 ‘괄목상대(刮目相對)’다. 삼국지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장수 여몽(呂蒙)의 고사가 얽혀 있다. 공부를 게을리 했던 여몽은 손권(孫權)의 지적을 받고 열심히 책을 읽었다. 노숙(魯肅)이 여몽을 만났을 땐 학식과 식견이 눈에 띄게 높아져 있었다. 노숙이 놀라워하자 여몽은 “사흘 떨어져 있던 선비를 다시 대할 때는 눈을 비비고 봐야 합니다(士別三日, 卽當刮目相對)”라고 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학문이나 덕행이 크게 진보한 것을 뜻하는 말로 발전했다. 우리는 지금 백안시해서는 안 될 일을 백안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행정수도 건설과 공항 건설을 하면서는 경제논리를 백안시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선 정부가 발표한 방사능 수치를 백안시한다. 그렇다고 사건의 진실과 사물의 진면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 눈을 비비고(刮目) 진실을 찾는 노력이 아쉽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눈동자 색깔에 담긴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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