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 속 한자이야기](9)
유림에는 갑자사화(甲子士禍)의 갑자,기묘사화(己卯士禍)의 기묘,자시(子時),인시(寅時) 등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배합한 시간 단위의 낱말들이 나온다.십간(十干)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申)임(任)계(癸)로 날짜를,십이지(十二支)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로 달수(月)를 세기 위해 만들었다.십간과 십이지는 각각 차례대로 배합되어 육십갑자(六十甲子),즉 육갑(六甲)이 만들어진다.일부에서 복이나 건강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주팔자(四柱八字)도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사주(四柱)란 사람을 집의 네(四) 기둥(柱기둥 주)에 비유한 출생 年·月·日·時를 말한 것이요,팔자(八字)란 사주의 간지로 되는 여덟 글자이다.옛날에는 날짜나 시간을 계산하려면 육갑을 짚는데 익숙해야 했으나 서툰 경우가 적지않아 이를 비꼬아 ‘육갑 떤다’라는 비속어가 나왔다.
시간은 자시(子時)를 시작으로 십이지 한 글자당 2시간씩이다.즉 자시(子時)는 밤11시∼새벽1시,축시(丑時)는 새벽1∼3시,인시(寅時)는 새벽3∼5시…해시(亥時)는 오후9∼11시이다.십이지의 동물 배열 순서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으나,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다음 내용일 것이다.
먼 옛날 하느님(하늘님)이 동물들을 모아놓고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세배하러 오도록 말하며 1등부터 12등까지는 상을 주겠다고 했다.그랬더니 느림보인 소는 고민끝에 하루 전날 밤에 출발했다.그런데 눈치 빠른 쥐는 소 등에 올라타고는,초하룻날 동이 틀 무렵 소가 하느님 궁전 앞에 도착하여,문이 열리자마자 소 등에서 뛰어내려 소보다 한발짝 먼저 들어가 1등이 되었다.다른 동물들은 초하룻날 새벽에 일제히 출발했다.호랑이는 단숨에 도착했으나 이미 쥐와 소가 와있었기에 3등을 했고,꾀많은 토끼는 도중에 잠시 잠을 자 4등을 했다.그 뒤를 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순서로 도착했다.이리하여 십이지는 쥐 소 범 토끼 등의 순으로 정해졌다고 한다.달리기를 잘하는 고양이가 빠진 이유는 쥐가 고양이에게 날짜를 틀리게 가르쳐 주어 고양이는 아예 출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때부터 고양이는 쥐를 원수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유림’에는 추고(推考)가 나온다.推는 ‘옮길 추,밀 퇴’이며,考는 ‘상고,즉 생각할 고’로 추고(推考)는 “미루어 생각함,또는 피의자의 허물을 심문해 알아내는 것”이라는 의미이다.그런데 추고(推考)는 자칫 퇴고(推敲)와 음·뜻을 혼동할 수 있다.
퇴고(推敲)란 시(詩)나 산문(散文)을 지을 때 글자(字)나 구(句)를 여러번 생각해 고치는 일로,다음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과거시험을 보러 나귀를 타고 가던 중 “새는 연못가 나무 위로 잠자러 들어가고,스님은 달빛 아래에서 문을 민다(僧推月下門)”라는 구(句)가 들어간 시 한 수를 지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님이 ‘문을 밀다(推)’라고 해야 할지,아니면 ‘스님이 문을 두들긴다(敲)’라고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한 채 깊이 생각하며 가던 중 당시 유명한 문인(文人) 한유(韓愈)를 만나게 되었다.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한유에게 어떤 글자를 써야할지 자문을 구하니,한유가 ‘밀다(推)’보다는 ‘두드리다(敲)’가 좋겠다고 하였다.그래서 오늘날 ‘퇴고를 부탁합니다.’등의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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