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 속 한자이야기](10)
유림 39에 하마(下馬)가 나온다.下는 ‘아래,아래로,내리다’등으로 해석되는데,말(馬)의 모양을 본뜬 馬자와 합해 ‘말에서 내리다.’의 뜻이 된다.이는 한자(漢字)가 앞뒤 글자에 따라 명사,동사,형용사,부사 등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예이다.
낙마(落馬)는 ‘말에서 떨어지다.’의 뜻으로 下馬와 혼동해서는 안된다.말(馬)은 사람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동물인 만큼 관련된 어휘나 일화가 많다.
가마 또는 말(馬)은 대체로 상류층의 교통수단이었는데,도로의 일정 장소에는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大小人員皆下馬).’라고 적힌 하마비(下馬碑)가 있었다.이곳에서 주인,기사,말들은 쉬거나 볼일을 보았다.이때 가마꾼이나 마부들은 자기들끼리 잡담을 나누었는데,그들의 주인이 대부분 고급관리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기에 주로 주인들의 출세나 진급 또는 면직 등에 대한 평(評)이 많았다.그래서 요즘 개각이나 요직의 개편이 있을 때마다 떠도는 하마평(下馬評)이란 말이 나왔다.이는 세간(世間)의 화제,잡담,험담으로 해석되는 ‘가십’과는 구분된다.
출마(出馬)는 원래 ‘말을 몰고 나오다,또는 말을 나라에 바치다.’가 주요 뜻이다.그런데 임지(任地)로 가는 관리나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 등은 말을 타고 나갔다.그래서 선거때 많이 거론되는 ‘출마(出馬)’가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말을 타고 가던 주인이 길을 잃었을 때 말(馬)이 알아서 길을 찾아 갔다는 일화도 있다.춘추 전국시대 제나라의 환공이 습붕,관중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고죽(孤竹)이라는 작은 나라를 토벌한 후 돌아올 때 길을 잃었다.관중은 늙은 말이 길을 찾을 것이라며 가장 늙은 말을 풀어놓았다.말은 사방(四方)을 둘러본 뒤 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군사들이 말을 따라가다 보니 무사히 돌아오게 됐다.이래서 ‘노마(老馬)의 지혜(智)’라는 말이 나왔는데,이는 ‘많은 일을 잘 알고 있더라도 그 지혜가 늙은 말(馬)만도 못한 경우가 있으니,아무리 변변치 못한 사람이나 동물도 나름대로의 재능이나 특징은 있다.’는 뜻이다.
말이 자기 집을 스스로 찾아 온 일화는 한비자(韓非子)의 인간훈(人間訓)에도 있다.옛날 중국 북방 오랑캐들과 인접한 요충지 근처에 점을 잘 보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그런데 어느 날 노인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다.이웃 주민들이 노인을 위로하자 노인은 ‘이 일이 오히려 복(福복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서운해하지 않았다.몇 달 후 달아났던 말이 오랑캐의 준수한 말을 짝으로 맺어 돌아옴에 이웃 주민들이 축하하자 노인은 ‘이 일이 오히려 화(禍재앙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기뻐하지 않았다.그 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즐기다 낙마(落馬),다리가 부러졌다.주민들이 노인을 위로하니,노인은 ‘이 일이 오히려 복(福복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태연해했다.얼마 후 오랑캐가 침입하자 젊은이들이 징발되어,전쟁에서 대부분이 죽었다.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 때문에 징병에서 제외되어 살아 남았다.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 또는 새옹지마(塞翁之馬)나 북옹마(北翁馬)로 불리는 이 일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행(幸)과 불행(不幸),길(吉)과 흉(凶)이 늘 교체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기뻐할 것도,불행한 일이 생겼다고 너무 서운해 할 것도 없음을 뜻한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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