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유림) 한자이야기

[유림 속 한자이야기](74) 鼓盆之痛(고분지통)

bindol 2020. 9. 13. 05:32

[유림 속 한자이야기](74)  鼓盆之痛(고분지통)

 

 

儒林 342에는 ‘鼓盆之痛’(두드릴 고/동이 분/어조사 지/아플 통)이 나오는데,‘버치를 두드리는 비통함’이라는 뜻으로,‘아내를 잃은 슬픔’을 말한다. 남편의 죽음은 ‘崩城之痛’(붕성지통:성이 무너질 만큼 큰 슬픔이라는 뜻),兄弟姉妹(형제자매)의 죽음은 ‘割半之痛’(할반지통:몸의 반쪽을 베어내는 고통이라는 뜻)이라 한다.

‘鼓’는 ‘북과 북채’의 상형이다. 왼쪽이 ‘북’의 상형이며 오른쪽은 북채를 든 손의 상형이다.鼓의 用例(용례)에는 ‘鼓動(고동:피의 순환을 위하여 뛰는 심장의 운동),鼓舞(고무:힘을 내도록 격려하여 용기를 북돋움),鼓手(고수:북이나 장구 따위를 치는 사람)’ 등이 있다.

‘盆’은 ‘동이’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意符(의부)인 ‘皿’(그릇 명)과 音符(음부)인 ‘分’(분)이 합쳐진 글자이다.用例에는 ‘盆地(분지:해발 고도가 더 높은 지형으로 둘러싸인 평지),花盆(화분: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覆水不歸盆(복수불귀분:엎지른 물은 되담을 수 없다는 말로, 이미 범한 실수는 만회할 수 없다는 의미)’ 등이 있다.

 

‘之’는 ‘止’(지)와 ‘一’(일)을 합친 글자이다. 발을 나타내는 ‘止’ 아래에 出發線(출발선) 또는 地面(지면)을 가리키는 ‘一’을 넣어 ‘가다’라는 뜻을 나타낸 것임은 앞서 여러 차례 言及(언급)하였다.

‘痛’자는 ‘아프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形聲字(형성자)이다.用例에는 ‘苦痛(고통: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陣痛(진통:해산할 때에, 짧은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복부의 통증),痛哭(통곡:소리를 높여 슬피 욺),痛快(통쾌:아주 즐겁고 시원하여 유쾌함)’ 등이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뜻하는 ‘鼓盆之痛’은 莊子(장자) 至樂(지락)편의 다음 逸話(일화)에서 由來(유래)한 成語(성어)이다.

莊子(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자(惠子)는 弔喪(조상)을 갔다. 그때 莊周(장주)는 바야흐로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기가 막힌 혜자는 莊子의 奇行(기행)을 나무랐으나 장자는 ‘나도 처음에는 아내의 죽음을 目睹(목도)하고 슬퍼하였으나, 본래 인간의 出發點(출발점)은 生命(생명)도 形體(형체)도 氣(기)도 없는 無(무)의 세계이며, 죽음이란 그 본래 상태로 回歸(회귀)하는 것임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는 要旨(요지)의 反駁(반박)을 하였다.

朝鮮(조선) 正祖(정조) 때의 文人(문인) 沈魯崇(심노숭)의 다음 詩句(시구)는 讀者(독자)들의 心琴(심금)을 울린다.

‘오늘 우연히 제수씨가 차려준 밥상에/부드러운 쑥이 놓여 있음에 문득 목이 메네./지난날 나를 위해 쑥 캐주던 아내/그 얼굴 위로 흙이 도톰히 덮이더니 그곳에 쑥이 돋았네.’

아내와 死別(사별)한 이듬해 봄. 아내와 함께 살던 옛집에 잠시 들렀더니 마당 한 모퉁이에는 쑥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平素(평소) 쑥 飮食(음식)을 즐겨 만들며 쑥을 보거든 자기인 양 여겨 달라던 아내는 이미 세상에 없다. 이런 맘 알리 없는 제수씨는 쑥으로 만든 반찬을 시아주버니 밥상에 올린 것이다. 이를 대한 심노숭은 목이 멜 수밖에.

김석제 경기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