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 속 한자이야기] (71) 奔喪(분상)
儒林 (322)에는 ‘奔喪’(달릴 분/잃을 상)이 나오는데,‘먼 곳에서 부모가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급히 집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奔’자의 金文(금문) 자형을 보면 사람이 팔을 휘젓고 있으면서 그 아래에는 발을 뜻하는 ‘止’(지)자가 세 개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會意字(회의자)이다.
用例(용례)에는 ‘奔忙(분망:매우 바쁨),奔放(분방:규칙이나 규범에 구애받지 않고 제멋대로임),奔走(분주:몹시 바쁘게 뛰어다님)’ 등이 있다.
‘喪’자는 뽕나무 한 그루와 그 가지에 걸린 대바구니들을 본뜬 글자로, 원래 뜻은 ‘뽕잎을 따다’였다. 그런데 뽕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누에의 먹잇감으로 잎을 모두 잃어버린다. 여기서 착안하여 喪에서 ‘잃어버리다’‘죽다’의 뜻이 派生(파생)되었다고 한다.用例에는 ‘喪明(상명:아들의 죽음을 당함. 자하가 아들의 죽음에 너무 상심하여 실명한 고사에서 나온 말),喪心(상심:근심 걱정으로 맥이 빠지고 마음이 산란하여짐),喪妻(상처:아내가 죽음)’ 등이 있다.
상례란 사람이 殞命(운명)하여 땅에 묻힌 다음,大祥(대상)을 지내고 吉祭(길제)를 지내고 脫喪(탈상)까지의 一連(일련)의 의식 절차를 말한다.近代化(근대화)의 물결과 함께 각종 傳統意識(전통의식)이 退色(퇴색)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상례에 관한 풍습만큼은 여전히 전통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전통 상례의 節次(절차)의 대강만을 거론하더라도,“臨終(임종:운명이라고 하는데 원래 사람이 장차 죽을 때를 말함)-皐復(고복:生時(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이름을 부르는 일)-設奠(설전:死者(사자)를 생시와 같이 섬기기 위해서 매일 한 번씩 음식을 드림)-小殮(소렴:시신을 옷과 이불로 싸는 것을 말함)-大殮(대렴:소렴이 끝난 뒤 시신을 입관하는 의식)-成服(성복:大殮이 끝난 이튿날,五服(오복)의 사람들이 각각 그 복을 입고 조곡을 하며 조상함)-遷柩(천구:영구를 상여로 옮기는 의식으로 발인 전날 행함)-발인(發靷:영구가 장지를 향해 떠나는 것을 말함)-成墳(성분:흙과 회로 광중을 채우고 흙으로 봉분을 만드는 일)-虞祭(우제:神主(신주)를 위안시키는 제사로 초우는 葬日(장일) 당일 집에 돌아와 지낸다)-卒哭(졸곡:삼우 종료 후 3개월이 경과한 剛日(강일)에 지냄)-小祥(소상:초상을 치른 지 만 1년이 되는 날 지내는 제사)-대상(大祥:초상 후 만2년만에 지냄)-吉祭(길제:담제를 지낸 직후 택일하여 지냄)” 등 매우 복잡하다.
다음 奔喪의 설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내용 또한 까다롭다.“무릇 服(복)을 입어야 할 親戚(친척)의 喪(상)이 났으나 다른 곳에서 訃音(부음)을 들었으면 神位(신위)를 설치하고 哭(곡)을 한다. 만일 奔喪을 해야할 경우라면 그 집에 도착하여 成服(성복)을 하고,奔喪이 어려우면 나흘만에 成服을 한다.”
이렇게 喪禮(상례)의 절차를 까다롭게 規定(규정)해 놓은 것은 哀悼(애도)의 뜻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한 制度的(제도적) 裝置(장치)이기도 하지만 슬픔을 적절히 調節(조절)하여 喪主(상주)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크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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