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떠오르는 저녁이면/ 개들도 고향의 누나가 보고 싶다/ 개밥바라기별 유난히 빛나는 새벽이면/ 개들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
온종일 논밭일에 매달리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은 하늘에 뜬 별을 보며 집에 있는 바둑이를 떠올렸다. 개밥 줄 때가 지났는데 얼마나 배고플까. 정호승 시인은 시 ‘개밥바라기별’에서 별을 바라보는 개의 마음에 빗대 늘 식구의 끼니를 걱정하는 가족을 그리워했다.
조상들은 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떠오른 금성(金星)을 보고 이렇게 개밥바라기라고 불렀다. 새벽에 떠오르면 새로 뜨는 별이라고 따로 샛별이라 불렀다.
금성이 태양의 뒤를 따라가면 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보이는 개밥바라기가 되고, 태양을 앞서면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의 샛별이 된다.
지금 금성은 해 뜨기 3시간 반 전쯤 떠오르는 샛별이다. 지구와 금성의 상대적 위치가 한 번 순환하는 회합 주기가 584일이니, 태양과 일직선이 돼 안 보이는 시간을 빼면 약 9개월 주기로 샛별이 됐다가 개밥바라기가 된다.
샛별 또는 개밥바라기가 최근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표면 53~61㎞ 상공 구름에서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자연에서는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미생물이 만든다. 금성도 그렇다면 구름 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