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르치지 않으면 내 집을 망치고, 여자는 가르치지 않으면 남의 집을 망친다. 그러므로 미리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죄다. 당장에 편한 대로 은애(恩愛)하다가 무궁한 근심과 해악을 남긴다." 이덕무(李德懋)가 '사소절(士小節)'에서 한 말이다. 뜨끔하다.
이런 말도 보인다. "망아지는 길들이지 않으면 좋은 말이 될 수 없고, 어린 솔은 북돋워주지 않으면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없다. 자식을 두고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내다버리는 것과 한가지다." 나무도 어릴 때부터 체형을 잡아주고 곁가지를 쳐주어야 바르고 곧게 자라 재목감이 된다. 날뛰는 망아지는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도 사람이 탈 수가 없다. 아들 낳아 제 집을 망치고, 딸을 길러 남의 집을 망친다면 큰일이 아닌가. 결국 잘 가르쳐야겠는데, 영어 수학 잘 가르쳐 성적 올라간다고 될 일이 아니니 큰 문제다.
'안씨가훈(顔氏家訓)'에는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적었다. '부모가 위엄이 있으면서 자애로우면 자녀는 어려워 삼가며 효성이 생겨난다. 내가 세상을 보니 가르치지는 않고 귀여워만 해서 늘 반대로 한다. 음식을 먹거나 행동함에 있어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둔다. 나무라야 할 일을 오히려 잘한다고 하고, 꾸짖을 일에 오히려 웃는다. 이렇게 하면 철들고 나서도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안다. 교만이 습성이 되어 그제야 이를 막으려고 죽도록 매질해도 부모의 위엄은 서지 않는다. 자식은 날로 성냄이 심해지고 원망이 늘어 성장해서도 끝내 패덕한 사람이 되고 만다. 공자께서 '어려서 이룬 것은 천성과 같고, 습관은 자연과 한가지다'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속담에도 '며느리는 처음 왔을 때 가르쳐야 하고, 아이는 어릴 적부터 가르쳐야 한다(敎婦初來, 敎兒��孩)고 했다."
부모가 바른 본을 못 보이니 자식에게 영이 안 선다. 자식은 본대로 행동한다. 밖에서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부모의 평소 언행이 훤히 보인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새 학기가 가까워서인지 주변에 온통 학원 광고뿐이다. 상위 1%가 되려거나 성적을 한꺼번에 올리려면 다녀야 할 곳이 참 많다. 효율적인 학습법과 과학적인 두뇌개발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정작 중요한 인성(人性)교육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비싼 학원만 보내면 부모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