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591] 능체지심 (能體持心)

bindol 2020. 10. 8. 06:2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벗의 집을 찾아갔더니, 대문에다 이렇게 써놓았다. “눈은 깨끗하게 닦고, 발은 단정하게 선다. 등뼈는 꼿꼿하게 세우고, 아랫배는 단단히 묶는다(淨拭目, 定立足, 硬竪脊, 緊束腹).” 눈을 깨끗하게 닦아 맑게 보고, 발은 단정히 세워 똑바로 선다. 허리를 곧추 세워 기운을 통하게 하고, 허리띠는 단단히 묶어 단전에서 기운을 빼지 않는다. 문을 들어설 때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서정직이 세 번을 되풀이해 읽고는 탄복하며 말한다. “선비로구나. 진실로 능히 이 네 가지를 행할 수만 있다면, 잘될 경우 그 공렬이 우뚝하겠고, 궁하게 살더라도 그 절조를 숭상하겠다(士乎! 信能体此四者, 達行則偉其㤠, 窮居則尙其節).” 명나라 서정직(徐禎稷)의 ‘치언(耻言)’에 나온다.

어떤 이가 ‘도를 배울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그 대답은 이렇다. “마음을 잡는 데 달려 있다. 잡는다는 것은 지켜서 잃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도 조목이 있나요?” “좋아하는 것이나 어떤 욕심과 만나면 담백한 마음을 지닌다. 말이나 행동과 맞닥뜨리면 삼가는 마음을 갖는다. 사람이나 물건과 만날 때는 평상의 마음을 간직한다. 도는 그 가운데 있다(遇嗜欲, 持淡心; 遇言動, 持謹心; 遇人物, 持平心. 道在其中矣).” 담담한 마음으로 욕망을 절제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언동을 삼가며, 평온한 마음으로 사람과 사물을 대하면 감당치 못할 일이 없다.

 

 

다시 “자기의 가난을 두려워하고, 남이 부유함을 근심하는 것은 소인의 마음씨다. 군자는 반대로 한다”고 하자, 또 바로 묻는다. “그렇다면 군자는 자기의 부유함을 두려워해야 하나요? 왜 그렇습니까?” “사람이 쉬 못쓰게 되고 힘들게 되기 때문일세.” “어떻게요?” “꾀하는 일이 많아지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더러운 것이 커가면 이름에 누가 되며, 감춰둔 것이 많아지면 몸에 허물이 되고, 하는 일이 사치스러우면 자손이 고달파진다네(多營累心, 殖穢累名, 漫藏累身, 作法奢, 累子孫).”

부유하고 넉넉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것을 지키려고 일을 더 벌이고, 나쁜 짓을 하게 되며, 숨겨두려 하고, 사치를 부리게 되어, 마음이 달아나고 몸은 헛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