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블랙(절망)’도 있다. 다른 한편 코로나19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아마 가장 잘 알려진 건 ‘확찐자’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집콕’, 즉 ‘집’에만 ‘콕’ 박혀 지내다 보니 살이 확 쪘다는 의미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의 장난스러운 말 표현(pun)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잠시 들어온 딸이 ‘격리호텔’에서 매일 ‘배달 앱’으로 갖가지 음식을 시켜 먹더니 2주 후 ‘확찐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화들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으로 남편과 자녀들이 계속 집에 있는 바람에 하루 세끼를 모두 차려야 하는 엄마들의 힘든 상황을 뜻하는 ‘돌밥돌밥’이란 말도 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또 밥 차린다!’의 줄임말이다. ‘코로나 블루’ 시대의 해학
‘줌비’(zoombie)라는 영어 신조어도 있다. 요새 비교적 자주 국제 화상 회의를 하게 되는데, 이때 종종 ‘줌비’(zoombie)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줌(zoom)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로, ‘줌비’ 현상이란 연일 이어지는 ‘줌’ 회의에 지쳐 마치 ‘좀비’(zombie)처럼 되어버리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가령 화상 국제회의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을 위해 본인이 발언하는 때 외에는 대부분 마이크와 비디오를 끄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로 말하기도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꼭 필요한 발언만 짧게 마치고 마이크와 비디오를 끈 후 나머지는 듣는 둥, 마는 둥 넋 놓고 늘어져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좀비 같다는 얘기다. 이때 옷차림도, 모니터로 보이는 상의는 비교적 반듯이 차려입었지만, 하의는 반바지에 맨발로 의자에 기대어 넋 놓고 앉아있는 게 영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줌비’ 현상은 필자만의 문제가 아닌 게, 인터넷을 찾아보면 각종 외국 ‘줌비’ 관련 기사들이 나온다. ![]() 코로나해학 실제 유머가 코로나19 문제 해결과 위기 극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사례도 있다. 대만의 트렌스젠더 해커 출신 오드리 탕(Audrey Tang) 디지털 장관이 주도한 ‘풍문을 이기는 유머(humor over rumor)’ 캠페인이다. 몇 가지 에피소드가 많이 알려져 있다. 첫째, 대만의 중앙감염병통제센터(CECC)엔 시민 누구건 무료 전화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 한번은 한 어린 소년이 분홍색 마스크를 쓴다고 놀림을 받아 학교에 가기 싫다는 전화를 해왔고, 다음 날 실시간 방영된 기자회견에 나온 모든 CECC 인사들이 분홍색 마스크를 쓴 모습을 연출했다는 에피소드다. 방역뿐 아니라 성 평등 교육 효과도 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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