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국회에서 '사표냈다'..청와대 '즉각 반려' 강조 집권정치세력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에 대한 관료의 반발 현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윤후덕 위원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갑자기 사표제출 사실을 밝혔다. 2020.11.3 오종택 기자
1.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사표를 냈다가 반려됐습니다. 관료조직이 정치바람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화로 주목됩니다.
전후과정부터 황당합니다. 홍 부총리가 오후 국회 상임위 예산심사과정에서 갑자기 ‘누군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책임지고 사표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뜬금없는 거취표명이었습니다.
2. 부총리가 ‘책임진다’고 한 원인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을 확대하려던 정책을 유보한 결정입니다. 개인투자자(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사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여당의 판단에 따라 예정돼있던 정부정책을 뒤집은 셈이기에 ‘혼선에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청와대에서‘사표는 즉시 반려됐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근데 정작 부총리는 국회에서 ‘그런 사실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공식통보 과정에서 연락이 안됐다’‘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해 (부총리가 반려 사실을) 얘기안했다’등등 설명을 보탭니다.
3. 뭔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결정 유예에 대해 국회에서‘내 생각과 다르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래서 사표냈다고..
실제로 정책을 무산시킨 최종회의(1일 당정협의회) 자리에선 고성이 오갔다고 합니다. 예고된 정책을 무산시키고, 이에 따라 세수에 차질이 빚어지는데 찬성할 곳간지기(국고관리책임자=부총리)는 없습니다.
4. 홍남기 부총리는 나름 자리를 걸고 정치적 판단에 공개항의한 셈입니다.
그런데 원래 홍남기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상도 그렇고 경력도 그렇습니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하면서 매사에 열심인, 유능한 관료의 전형이랍니다. 그래서 노무현 박근혜 정부때도 청와대에 근무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항명 소동을 벌인데 대해선 ‘오죽하면…’이란 시선이 많습니다.
5. 부총리는 그간 많은 수모를 견뎌왔습니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홍남기 해임요구’를 했습니다. 여당의원들로부터도 험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른 자세가 아니다’ ‘같이 갈 수 없다’ ‘찍어누르겠다’ 등등. 휘하에 있는 다른 부처로부터도 수모를 받아왔습니다. 정책방향을 밝혀도 실세 정치인 장관이 있는 부서는 무시했습니다.
6. 홍남기의 수모는 크게 보면 윤석열의 수모와 같은 맥락입니다. 집권 정치세력이 무리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전문관료 집단이 저항하는 것입니다.
집권세력은 국정운영의 수단인 관료조직을 적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효율적 기능수행을 위해 ‘영혼조차 제거된’관료조직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충성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조직이 반발한다는 것은 집권세력이 매우 무리하게 국정을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7. 독일 정치학자 막스 베버가 100년전‘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강조했습니다. 훌륭한 정치인이 되려면 열정도 있어야 하지만 책임윤리가 같이 있어야 정책에 균형을 잡는다고. 열정은 이상이고 책임은 현실이라고. 열정은 있으나 책임이 없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면 온 세상이 실험실이 된다고..
열정이 탁월한 현 집권세력은 책임을 걱정하는 관료를 무시하거나 미워해선 안됩니다. 관료는 집권자를 위해 존재하는 협력자입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