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온통 아우성이다. 자고 나면 증세 뉴스가 업데이트·업그레이드된다. 이미 소득세 최고세율, 양도세율, 종합부동산세율, 법인세율을 올렸거나 올리기로 했다.
자고 나면 징벌적 ‘세금 폭탄’ 뉴스 차별적 표적 증세로 갈등만 깊어져
지난 3일에도 예고됐던 또 하나의 ‘세금 폭탄’이 터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올리는 현실화율 상향조정안을 확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하에 나온 결정이다.
이에 따라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내년부터 크게 오르게 됐다. 앞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다주택자는 세금 원자폭탄을 맞을 지경이다.
재산세와 종부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 종의 세금·준조세·부담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 90% 상향조정은 많은 국민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뿐 아니라 일반적인 월급쟁이들조차 납세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세금 내기 위해선 대출을 받아야 할 판” “세금 낼 돈 없으면 집 팔고 나가란 뜻이냐” “돈을 빌리려 해도 각종 대출규제로 은행들이 깐깐하게 굴어 힘들다” “나라에 월세 내고 살 판”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수입은 늘지 않았는데 세금 폭탄을 퍼부어야 하나” 등 조세저항성 불만이 치솟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증세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민다. 하기야 대놓고 세금을 올린다고 선포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내후년 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증세라는 말은 금기어나 다름없다. 다분히 이를 의식해서일 것이다.
부자 표적 증세, 서민 감세라는 포퓰리즘적 이분법의 ‘세금·부동산 정치’는 이 정부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전체적 보유세는 올리면서도 공시가격 6억 이하의 주택은 2023년까지만 한시적으로 보유세를 찔끔 깎아주겠다고 한다. 고약하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병 주고 약 주는’ 조삼모사식의 처방을 딴엔 묘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고소득자, 고가주택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고 역차별하는 풍조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이 매사 징벌이나 다름없는 증세를 차별 적용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도 어긋난다. 세금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전형적인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분할통치)’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식의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조세정책 남발은 갈등만 깊게 만들고 결국엔 국가를 망치게 만들고 말 것이다.
굳이 가렴주구(苛斂誅求)니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조세는 공평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실현돼야 한다. 현금 살포식 복지를 확대하면서 잘못된 세금 정책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셈법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저출산화·고령화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생산인구 감소와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 각종 사회복지 지출과 이에 따른 국가부채 급증으로 인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지금까지는 재정을 표적 증세로 메꿨지만 지속가능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않고서는 세수 펑크가 불 보듯 뻔하다.
솔직히 사정을 고백하고 국민의 이해를 진정성 있게 구해야 국가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정부일 것이다.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이 나오지는 말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