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수 사회에디터
2003년 노무현 대통령,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같았다. 검찰 개혁이었다. 방법이 달랐다. 노무현은 취임 12일 뒤 전국에 생중계되는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정공법을 택했다. 현장의 젊은 검사들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제왕적 권력을 막 손에 쥔 선출된 권력 앞에서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급기야 대통령 입에서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가 튀어나왔다. ‘검사스럽다’는 신조어도 이때 나왔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지켜봤다. 여야 대선자금 수사 때 노무현은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청와대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청와대에서 만나자고 연락했다. 송 총장이 수사 중에 부적절하다고 말하자 몇초간 생각하다 흔쾌히 수용했다. 설득과 담판, 수용이 노무현 정신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꿈이 있었다. 국가를 권력적 수단이 아닌 명분과 가치로 이끌고 싶어했다. 그만큼 고통도 컸다. 어찌 보면 대통령도, 정치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의 양심에 비해 우리 정치는 너무 혼탁했다.”(김병준 『대통령 권력』) 검찰개혁, 노무현은 가치에
노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권력적 수단’을 동원해 개혁을 밀어붙였다. 이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 검찰과의 대화는 목록에서 뺐다. 대신 인사권으로 기반을 뒤흔들었다. 항명의 아이콘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한 게 취임 9일 만이다. 검찰총장에 발탁하려다 참모들의 만류로 한발 물러났다. 직접 나서는 대신 비검사 출신의 ‘자칭 검찰개혁주의자’ 조국, 정치인 추미애를 연달아 투입했다. 이들의 관심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가치보다 검찰 힘빼기라는 권한 분산과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제도적 보복에 더 쏠려 있었던 게 패착이었다. 개혁 기관차는 공수처를 대통령 산하로 편제하면서 탈선했다. ![]() 서소문 포럼 11/10
멀쩡하게 작동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갑자기 공중분해 된 것도 미스터리다. 권력형 비리, 정경유착 냄새가 진동하는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중단 사건 수사가 한동안 헤맨 이유다. 마치 누군가 “합수단만 없애도 한 시름 놓을 수 있다”고 조언이라도 한 듯했다.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병상의 코멘터리]윤석열 ‘살아있는 권력’은 대통령인가[출처: 중앙일보] (0) | 2020.11.10 |
|---|---|
| [장훈 칼럼니스트의 눈]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2.0 아니다[출처: 중앙일보] (0) | 2020.11.10 |
| [남정호의 시시각각] 외교는 아무나 하나[출처: 중앙일보] (0) | 2020.11.10 |
| [중앙시평] 동학개미라는 불편한 프레임[출처: 중앙일보] (0) | 2020.11.10 |
| [오병상의 코멘터리] 인간 바이든..트럼프와 완전 반대[출처: 중앙일보] (0) | 2020.11.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