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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윤석열 ‘살아있는 권력’은 대통령인가[출처: 중앙일보]

bindol 2020. 11. 10. 07:15

오병상 기자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찾은 곳이 마침 대전이었다. 10월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지검 원전수사 압수수색..여권은 일제히 윤석열 공격
감사원 자료 7천쪽 분량..대통령 책임 의혹에 초민감 이슈



1.
미국 대선 와중에 국내에서도 아주 민감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검찰(대전지검)이 5일 원전(월성1호기)조기폐쇄에 대한 본격수사에 돌입,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여권이 벌집 쑤신듯 난리가 났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겨냥해 칼을 뽑았다’고 받아들이는 모양새입니다. 정부여당이 총체적인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정치수사’라며 ‘당장 (검찰권남용이라는) 폭주를 멈춰라’라고 경고했습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5일 윤석열의 특수활동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9일 국회는 원전수사와 특수활동비 공방에 뜨거웠습니다.

2.
원자력발전 문제는 그 자체로 민감한 이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라 더 그렇죠.

특히 월성1호기는 7000억을 들여 수명연장한 곳이라 ‘조기폐쇄’ 결정은 상당한 반발이 예상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국회 요청으로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0일 ‘경제성을 일부러 낮게 평가했다’‘관련자료를 의도적으로 파기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3.
감사원이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습니다.

판사출신 최재형 감사원장이 ‘조직적으로 (감사를)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감사위원회가 수차례 격론을 벌이면서 결론을 내지못하자 여러 소문이 흘러나왔습니다.

감사원장은 철저한 감사와 엄중한 처벌을 원했는데, 여권 추천 감사위원들이 결사적으로 막는 바람에 용두사미가 됐다고..
결국 감사결과는 관계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요구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장은 비장한 한 수를 던졌습니다.
‘수사참고자료’라는 이름으로 70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감사기록을 윤석열 총장(대검찰청)에게 넘겼습니다.

4.
윤석열은 타고난 특수통 검사입니다. 대어를 놓칠리가 없죠.

그냥 원칙대로만 하면 이기는, 쉬운 게임입니다.
감사위원간 합의가 안돼 고발만 못했을 뿐이지, 사실은 범죄사실이 명시된 고발장이나 마찬가지인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마침 야당에선 산자부가 소재 세종시 관할 대전지검에 고발을 했습니다. 윤석열이 갑자기 지난달 29일 대전지검을 순시했습니다. 지검장은 대검에서 같이 근무했던 측근입니다.

이어 3일 법무연수원 강연에 나선 윤석열은 부장검사들을 향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5일 대전지검은 1박2일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5.
한치의 착오도 없이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윤석열은 이미 칼자루를 쥐었습니다.

여권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윤석열의 흑심이 담긴‘정치수사’라고 비난하지만 ‘범죄가 의심되기에 수사한다’는 원칙론을 넘기 힘듭니다.

추미애의 특수활동비 조사는 윤석열의 수사비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추가 수사비가 필요할 대전지검도 당연히 영향을 받겠지요.
꼼꼼한 단속이지만, 일선의 반발이란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6.
검찰수사라고 해서 없는 죄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탈원전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결단입니다.
안전은 물론 기회비용과 가치관까지 따져야 하는 지루한 논쟁거리입니다. 검찰수사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감사원이 지적했듯, 그러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이 ‘적법했느냐’는 따질 수 있습니다. 감사결과는 ‘그렇지 못했다’입니다. 그 책임을 하위직 공무원에게 미루고 말았지만..

문제는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을 것’이란 의혹입니다. 그 연결고리인 당시 청와대 담당비서관(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압수수색했습니다.
윤석열이 말하는 ‘살아있는 권력’이란 대통령을 의미할까요? 그의 행보는 벌써 ‘그렇다’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오병상의 코멘터리]윤석열 ‘살아있는 권력’은 대통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