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遐邇壹體하고 [32] 率賓歸王이라
[31] 遐邇壹體하고 : 멀고 가까운 곳을 일체로 보아
[32] 率賓歸王이라 : (식솔을) 거느리고 와서 임금에게 귀의한다
遐(멀 하) 邇(가까울 이) 壹(한 일) 體(몸 체)
率(거느릴 솔, 따를 솔) 賓(손 빈) 歸(돌아갈 귀) 王(임금 왕)
[31] 遐邇壹體하고 : 멀고 가까운 곳을 일체로 보아
自臣工而黎庶와 自中夏而外夷로 無遠無近히 視之如一體也라
신공(臣工:신하)으로부터 여서(黎庶:백성)에 이르기까지와 중하(中夏:中華)로부터 외이(外夷)에 이르기까지 원근(遠近)에 이르기까지 원근(遠近)을 막론하고 보기를 일체(一體)로 하여야 한다.
[32] 率賓歸王이라 : (식솔을) 거느리고 와서 임금에게 귀의한다
德化遠曁하여 如上文所言이면 則人皆相率而賓服하여 莫不歸往而王之矣라
덕화(德化)가 멀리 미쳐서 윗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되면 사람들이 모두 서로 거느리고 손님으로 와서 복종하여 귀의해서 王으로 받들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다.
※曁:및 기
[해설]
앞 구절인 愛育黎首와 臣服戎羌에서 옛적의 성군들이 천하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함으로 인해 변방의 이민족들까지 다 신하로 복종한다고 하였으므로, 모두 한 몸이 되어 사해일가를 이루며 자기 식솔들을 데리고 성군을 찾아와 손님이 된다는 구체적 내용으로 뒷 구절을 잇고 있다.
遐邇는 곧 遠近을 말하는데, 흔히 쓰는 단어는 遠近이고, 遐邇는 천자문에서나 나오는 단어로 문자로써만 쓴다. 안짝인 하이일체는 오랑캐들이 다 와서 신하로 복속하니까 중원 땅에서 먼 데나 가까운 곳 할 것 없이 온 천하가 일체됨을 말하는 것이다.
率賓은 자기 집안의 가솔을 모두 이끌고 옴을 뜻하는데, '손'이라 함은 봉건국가 시대에 다른 제후국에서 이쪽 제후국으로 옮겨오는 것, 또는 임금에게 찾아와 벼슬하는 것을 이른다. 歸王은 마치 고향을 찾아 돌아오듯이 왕에게 귀향(귀순)하는 것으로, 바깥짝인 '率賓歸王'은 모든 이들이 식솔(식구)을 거느린 채 임금의 손님이 되고자 임금에게 돌아옴을 뜻한다. 중화일체의 국가관을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다.
1. 遐는 '빌 가(叚)'에 책받침(辶)을 하여, 없는 연장이나 도구를 빌리러 멀리까지 가야 하는 데에서 '멀다'는 뜻이 된다. 叚의 오른편은 양손(又+又)을 형상하고 왼편은 연장의 모습이므로 양손에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이다. 본래는 연장만 들고 있어서, 남에게 경작할 논밭을 빌어야 한다는 뜻이지만 빌린 물건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므로 가짜 즉 '거짓'이라는 뜻도 있다. 거짓이라고 할 때는 주로 假를 쓴다.
2. 邇는 '너 이(爾)'에 책받침(辶)을 하여, 바로 앞에 있는 상대(너)를 직접 가리킬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는 데에서 '가깝다'는 뜻이 된다. 爾(너 이)처럼 상대를 지칭하는 글자로는 汝(너 여)와 而(너 이)를 들 수 있다.
爾의 글자 형태는 帀(두루 잡)에다 아래의 좌우로 爻(사귈 효, 효 효)를 거듭하고 두 팔을 뜻하는 八을 더하였는데, 두 팔을 둘러 상대방을 껴안을 만큼 가까이 사귀는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사이라면 맞대놓고 직접 '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爾의 아래를 촘촘한 그물(网: 그물 망)의 형태로 보면, 양손에 든 그물을 던져 물고기나 사냥감을 포획하는 것인데 이처럼 거리가 아주 가깝다는 뜻에서 '상대방(너)'을 가리키기도 한다. 邇와 유사한 彌(두루 미)도 帀에서 그 글자 뜻이 나온다.
遐가 물건을 빌리러 멀리까지 가는 것이라면, 邇(가까울 이)는 손에 든 그물로 직접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3. 體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 즉 몸의 형태를 말한다. 몸을 뜻하는 글자로는 躬(몸 궁 = 躳) 己(몸 기) 身(몸 신) 등을 들 수 있다. 己는 몸을 굽혀 웅크린 형상이고, 身은 몸을 편 형상이며, 躳은 등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형상이다. 躬을 躳으로 쓰기도 하는데, 呂(음률 려, 등뼈 려)는 신체의 등뼈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주로 남(人)과 상대되는 자기 자신을 가리킬 때는 己라 하고, 허리를 펴서 밖으로 활동하는 의미로는 身을 쓴다. 이를 아우르는 것이 躬(躳)인데, 등허리를 활과 같이 둥글게 굽혔다(弓) 폈다(身)하면서 屈伸(굴신) 작용을 하는 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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