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어느 관찰 예능에 유명한 스님이 출연했다. AI 스피커와 태블릿PC, 공유 오피스와 노트북이 등장하는 ‘스마트한 일상’을 공개했다. 첨단 기기를 너무 잘 다루는 스님이 좀 낯설긴 했지만, 시대에 적응하는 종교인의 모습이 색달라 보이는 면도 있었다. 그런데 이 흥미로운 영상이 뜻밖의 구설을 낳았다. 멀리 서울타워가 보이는, 소위 ‘남산뷰’ 주택이 문제였다. 그 집이 스님 소유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평소 무소유를 설파해온 스님을 향한 시청자의 날 선 시선이 제기한 의혹이었다. 방송을 제작하다 보면 시청자의 날카로운 눈에 뜻밖의 문제가 포착되기도 한다. 얼마 전엔 한 배우가 집에서 외국 드라마를 보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당시 그가 보던 작품이 한국에선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걸 시청자가 알아챘다. 결국 1인 가구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는 의도는 퇴색됐고, 해당 배우는 불법 다운로드 사실을 사과해야 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왜색 논란도 시청자를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능 프로에선 아역 배우가 입고 나온 갑옷이 문제가 됐다. 드라마 주인공을 흉내내며 입었다는 갑옷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측근 가문의 문장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의상을 준비한 제작진도 이 사실을 몰랐는데 놀랍게도 한 시청자가 알아보고 지적을 했다. 역사적 배경까지 꼼꼼하게 따진 시청자의 비판에 제작진은 부랴부랴 사과하고 동영상 서비스를 수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시청자의 전문 지식이 높아지는 만큼 제작진에게도 더 많은 조심성이 요구된다. 결혼하는 동생에게 통 큰 선물을 해줬다고 하면 “증여세는 냈느냐?”고 댓글이 달리고, 지인들에게 향초를 만들어 선물하면 누군가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시대다. 출연자가 특정 제품을 노출시키면 당장 “PPL(간접광고)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한다. 결국 한 장면 한 장면 검증하고, 작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허가받고 진행했다” 또는 “PPL 아니다” 같은 안내 멘트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시청자의 ‘매의 눈’은 생각보다 매섭고, 비판은 뼈아프기 때문이다. TV조선 시사제작부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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