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만물상] ‘윤석열 출마 금지法’

bindol 2020. 12. 14. 04:16

[만물상] ‘윤석열 출마 금지法’

임민혁 논설위원

 

열린민주당 최강욱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뉴시스

1980년 신군부는 임시 입법 기구인 국보위를 통해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정치풍토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정계에서 강제 추방하는 게 목적이었다. 규제 대상이 되면 공직 선거 출마는 물론 정당 가입도 금지됐고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도 없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기본권을 모두 박탈당한 것이다. 500여 명이 명단에 올랐지만 핵심 타깃은 김영삼·김대중이었다. 사실상 ‘김영삼·김대중 정치 활동 금지법’이었다.

▶정치권에는 특정인 이름을 붙여 ‘○○○ 금지·방지법’이라고 부르는 법안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대부분 특정인이 물의를 일으킨 뒤 정치적 논란을 법안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부금 사용 내역 공시 의무를 강화한 ‘윤미향 방지법’, 집회 금지조치 위반 때 형벌을 강화하는 ‘전광훈 방지법’ 등이 있었다. 이런 법안은 여론 주목을 끄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정교한 검토가 없으면 법적 안정성·일반성을 훼손할 수 있다.

▶지난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출마 방지법’을 발의했다. 공무원은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에 그만둬야 하는데 검사·판사는 이를 1년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누가 봐도 윤석열 검찰총장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이다. 내년 7월까지가 임기인 윤 총장이 임기를 채우고 나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거나, 그걸 의식한 윤 총장이 임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조국 수호, 윤석열 축출’에 앞장서온 사람들이다. 출마하지도 않은 사람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법은 ‘김영삼·김대중 금지법’ 이후 거의 본적이 없다.

 

링컨 에비에이터 자세히보기

 

▶정권이 윤석열을 초고속 승진시켜 검찰총장을 만들고 ‘우리 총장님’이라고 떠받들던 게 불과 1년 반 전이다. 그런 윤 총장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라고 협박하고 인민재판식으로 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출마 금지 족쇄를 채우겠다는 발상까지 한다. 대통령이 임명장을 건네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던 지시를 곧이곧대로 이행한 죄 때문이다.

▶최 대표는 법안 취지에 대해 “검찰총장의 노골적 정치 행위로 국론 분열…”이라고 했는데, 윤 총장을 ‘정치적 인물’로 만든 것은 정권 자신들이다. 윤 총장을 핍박할 때마다 윤 총장 지지율이 뛰자 또 이게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며 징계 사유로 꼽았다.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청와대 비서관을 그만둔 지 한 달 만에 총선에 출마한 최 대표가 법안을 발의한 것부터가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