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9.‘마각(馬脚)’을 드러낸 사람들

bindol 2020. 12. 21. 06:14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9.‘마각(馬脚)’을 드러낸 사람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1. 21. 09:00

 


'마각을 드러내다'의 스토리 속 주인공, 주원장의 부인인 마황후의 모습이다.

 

‘진짜 모습을 드러내다’, 또는 ‘흉한 제 꼴을 남에게 들키다’ 등의 표현에 따르는 단어가 마각(馬脚)이다. 마각은 곧 말의 다리라는 의미다. 말이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억울하겠지만, 마각은 어쨌거나 결코 좋지 않은 뜻의 단어다.

그 연원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당(唐)나라 때 유행한 놀이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설상의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麒麟)을 등장시켜 벌이는 놀이였다는데, 기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인지라 그로 분장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말(馬)에다가 상상속의 기린 모습을 그려 입혔다고 한다. 문제는 발이었다. 발만큼은 분장하기가 어려워 그대로 뒀다는 것. 다른 부분은 기린의 형상인데, 발은 감추기 어려워 말의 다리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놀이에서 기린으로 분장한 말이 발을 감추지 못해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만 상황을 ‘마각을 드러냈다(露馬脚)’고 불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추정도 있다. 명(明)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의 부인이 마(馬) 황후다. 농촌의 가난한 집안 출신인 이 여인은 어렸을 적 밭일을 하느라 당시 유행했던 전족(纏足)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발을 꽁꽁 동여매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전족에서 자유로웠으니, 마 황후는 일반의 여인네들에 비해 큰 발을 지녔다고 한다.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워 황제 자리에 오른 뒤 그녀가 가마를 타고 궁궐 밖으로 나올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가마의 휘장이 걷히자 그녀의 큰 발이 사람 눈에 띄었단다. “오우~여자 발이 저렇게 커?”라면서 사람들이 놀랐다는 것. 그래서 ‘마 황후의 발(馬脚)이 모습을 드러내다’라는 이야기가 유행해서 결국 오늘날의 단어로 정착했다는 추정이다.

설득력은 전자가 훨씬 더 하다. 하지만 황후에 관한 ‘뒷담화’ 성격을 지닌 후자의 스토리가 재미는 더 크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마각’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국회의원이 대통령 경호를 위해 국회에 주차한 경찰과 싸움을 벌인 일이 관심을 끈다. 싸움이 대개 그렇듯 시비를 명확하게 가리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발단이다. 국회의원이 경찰의 차를 발로 걷어차고, 그로 인해 시비가 벌어진 점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자질이 문제다.

정치적 입장은 차치하자. 민의를 대변하라고 뽑아 놓은 사람인데, 그저 분풀이로 차문을 걷어차 싸움을 부르는 정도라면 그를 어떻게 시정의 잡배와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마각’이 떠오른다. 사람 발이 아닌 말 다리의 국회의원을 골라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간절하다. 마각 골라내는 스캐너를 국회 정문에 둘까. 아니면, 다음 총선부터는 그 식별기라도 유권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줘야 할까. 끝없이 망가지는 국회의 모습이 답답하다.

 

 

[한자 풀이]

 

(말 마)

(다리 각)

麒麟(기린): 동물원, 아프리카 초원의 기린인 giraffe도 이 한자를 쓴다. 그러나 원전에 따르자면 전설 속의 동물이다. 사슴 몸, 말발굽, 소의 꼬리를 한 형상이란다. 용과 거북, 봉황 등과 함께 네 마리 상서로운 동물인 사령수(四靈獸)로 꼽힌다.

 

 

[중국어&성어]

 

马(馬)脚 mǎ jiǎo: 말의 다리, 또는 상황이 모두 드러남을 뜻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파탄(破綻)’의 의미와도 비슷하다. 찢어지고 헤어져 약점 등이 드러난 상태를 일컫는 말이 ‘파탄’이다. 중국어에서도 마찬가지다.

破绽 pò zhàn: 위의 설명 참조.

露马脚 lòu mǎ jiǎo: ‘마각을 드러내다’. 앞의 글자가 ‘이슬’을 뜻할 때는 lù 로 읽는다는 점에 주의하자. ‘露’ 글자의 발음과 성조는 비교적 복잡하다. ‘드러내다’라는 의미의 쓰임에서도 lòu가 아닌 lù로 읽는 경우가 많다.

暴露无遗(無遺) bào lù wú yí: ‘모든 것을 깡그리(無遺)’ 폭로(暴露)한다는 뜻의 성어. 많이 쓰인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29‘마각馬脚’을-드러낸-사람들?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