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1.섭정(攝政)

bindol 2020. 12. 21. 06:16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1.섭정(攝政)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2. 5. 09:00

 

 


청나라 말 가장 강력한 섭정자였던 서태후, 즉 자희태후의 초상.
드리운 발 뒤에서 조정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수렴청정'의 대명사와 같은 인물.


우리가 온도를 표기할 때 쓰는 단어가 ‘섭씨(攝氏)’다. 이 단어는 온도 측정의 단위를 만들었던 스웨덴의 천문학자 Anders Celsius(1701~1744)의 이름을 음역한 말이다. 즉, Celsius를 ‘攝氏’라고 적어놓고서는 ‘서스’라고 발음한 것이다. ‘셀시우스(Celsius)’에 가까운 발음을 고르느라 그런 글자를 선택했을 수도 있고, 중국인들이 스스로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성씨(姓氏)를 가리키는 글자 ‘氏’를 붙였을 수도 있다.

온도의 다른 단위인 ‘화씨’도 마찬가지다. 한자로는 ‘華氏’로 적는데, 원래 발명자인 독일의 물리학자 Gabriel Daniel Fahrenheit(1686~1736)의 이름을 음역한 말이다. 파렌하이트, 즉 Fahrenheit를 중국 사람들은 ‘華倫海’로 음역했고, 그의 온도 단위를 ‘華氏’로 적었다는 것.

우리의 이 번 회 관심은 그러나 ‘섭’이다. 이 글자 攝에는 귀를 가리키는 글자 ‘耳(이)’가 세 개 들어 있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요즘엔 무엇인가를 ‘거둬들이다’ ‘빨아들이다’ ‘끌어들이다’라는 뜻의 ‘섭취(攝取)’라는 단어가 주요 쓰임새다. “영양을 섭취하다”는 우리 귀에 아주 익은 표현이다. 때로는 이를 ‘섭양(攝養)’이라는 단어로 줄여 부른다. 아울러 몸을 잘 돌보는 일을 “섭생(攝生)한다”라고 적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는 정치적 행위를 일컬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전의 뜻풀이로는 우선 이 글자가 ‘명령에 따라 행동을 통일하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의 행위 등에도 이 글자를 썼다고 한다. 어쨌거나 정해진 명령에 따라 집단을 움직이는 행위가 이 글자의 본래 새김이었다는 것.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단어가 ‘섭정(攝政)’이다.

임금을 대신해서 조정을 이끌어 움직이는 행위가 섭정이니, 군주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닌 대리 통치자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 대리 통치를 가리키는 말은 다양하다. 대리청정(代理聽政)이 우선이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정무(政務)를 듣는다(聽)는 뜻인데, ‘청정’과 관련해서는 나이 어린 임금 뒤에 발(簾)을 드리우고 그 안에서 정무를 관장했던 ‘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는 성어가 유명하다.

제 아무리 꽃이 아름답다 해도 열흘은 못 넘기는 법. 그래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 어린 김정은을 대신해 섭정의 지위에 올랐다 갑자기 숙청설이 나도는 북한 장성택의 경우가 그 케이스다. 권력은 그렇게 무상(無常)하다.

그러나 그 권력의 본체인 김일성 왕조의 3대 세습 권력은 아직 왕성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꽃’이라고 그들을 부르기에는 아까우니, 이초(異草)나 요초(妖草)라고 적으면 어떨까. 그 이상한 식생(植生)도 언젠가는 움츠러들 때가 있겠지. 그 시발점일까. 요즘의 북한 동태가 퍽 수상(殊常)하다.

 

 



 

 

[한자 풀이]

(다스릴 섭, 잡을 섭, 편안할 녑, 편안할 엽, 깃 꾸미개 삽): 다스리다. 잡다. 가지다. 걷다. 돕다. 거느리다.

(드리울 수): 밑으로 내리는 것. ‘수직(垂直)’이 대표적 쓰임새다.

(발 렴): 햇빛 등을 가리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물건.

(요사할 요): ‘아름답다’의 뜻도 있지만, 본문에서는 ‘괴이하다’의 새김으로 썼다.


 

[중국어&성어]

摄(攝) shè: 현대 중국어에서 쓰임새가 제법 많은 글자다. “사진 찍다”의 ‘찍다’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 ‘~像’, ‘~影’이 모두 카메라 촬영을 뜻한다. 말하자면 한자 단어 ‘촬영(撮影)’과 동의어다.

摄政 shè zhèng: 군왕을 대신해 통치하는 행위다. 전권을 휘두르는 황제 밑의 최고 권력자를 가리킬 때 ‘摄政王’으로 적기도 한다.

听(聽)政 tīng zhèng: 직접적으로는 ‘정무를 듣다’로 풀겠으나, 사실상 군왕 등 권력자가 펼치는 통치행위다. <예기(禮記)>에 일찌감치 등장했던 단어다.

垂帘听(簾聽)政 chuí lián tīng zhèng: 황후나 그보다 높은 태황후 등이 나이 어린 군왕을 대신해 권좌의 뒤편에 발을 쳐놓고 정사를 처리한 일이다. 청나라 말엽의 서태후가 펼친 수렴청정이 특히 유명하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31섭정攝政?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