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5.상재(上梓)

bindol 2020. 12. 22. 06:03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5.상재(上梓)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8. 6. 18:07

 

금속활자가 등장하기 전 동양의 인쇄는 목판이 주류였다. 청나라 때의 인쇄용 목판 모습. 재목으로는 가래나무가 많이 쓰였다.

 

 

 


오늘 글은 경어로 하겠습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래나무라 하면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한자로는 梓(재)라고 적습니다. 재목(材木)으로서는 오동나무(桐) 못지않게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桐梓(동재)라는 조어도 있습니다. ‘좋은 재목’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桑梓(상재)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뽕나무를 가리키는 桑(상)이 앞에 붙었습니다. 누에를 먹여 키우는 뽕나무,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 때 필요한 가래나무는 옛 사람들의 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했던 식생(植生)입니다. 어른들, 특히 자식을 먹여 길러야 했던 부모들이 그 둘을 심었을 겁니다.

이 말은 그래서 자식들이 존경을 표시해야 하는 나무라고 봤습니다. 그 나무로부터 부모님의 손길과 그림자를 읽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나무, 나아가 부모님이 살던 곳, 즉 고향(故鄕)의 동의어로 진화했습니다.


재질이 좋은 가래나무는 쓸모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대표적인 쓰임은 인쇄 분야였습니다. 나무를 새겨 글자를 만드는 판각(板刻)에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쇄를 거쳐 책 내는 일을 상재(上梓)라고 적었습니다. ‘인쇄에 넘긴다’는 뜻의 付梓(부재), 또는 入梓(입재)도 마찬가지 뜻입니다.

사람이 이승에서 삶을 다 한 뒤 몸을 누이는 관재(棺材)로도 썼습니다. 그래서 재궁(梓宮)이라고 적으면 임금이나 왕비 등이 흙에 들 때 사용하는 관이라는 뜻입니다. 재장(梓匠)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앞의 梓(재)는 목공(木工)을 하는 이, 뒤의 匠(장)은 건축 일을 하는 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목수(木手)지만 앞은 그릇 등을 만들고, 뒤는 건축물을 짓는 사람이라고도 나눈답니다.

제가 경어를 써서 이 글을 알리는 이유는 대강 짐작하셨겠지요? 제가 책을 냈습니다. 한자 칼럼 보내드리다가 불쑥 ‘광고’하려니 조금 쑥스럽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래도 괘씸타 여기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책은 <지하철 한자 여행>입니다. 올해 개통 40주년을 맞는 1호선 지하철과 전철을 다뤘습니다. 한자로 이뤄진 역명을 좇아 이름 유래와 글자에 담긴 스토리, 나아가 동북아시아 인문(人文)의 풍경까지 둘러보는 ‘여행 길’입니다.


서울역을 지나면서 조선의 수도 이름 한양(漢陽)을 왜 그렇게 불렀는지, 아울러 그 호칭이 우리 강의 모양새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적었습니다. 구로(九老)역 이름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와 관련이 있음을 알렸습니다. 월계(月溪)역에서는 춘향이와 이몽룡이 사랑을 속삭였다는 광한루(廣寒樓)와 달(月)의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역곡(驛谷)에서는 조선을 비롯한 과거 동양사회의 역참(驛站) 제도를 언급했어요. 최근까지 우리가 썼던 우체부(郵遞夫)라는 단어와 그 제도가 관련이 있더군요.

모두 90개의 역을 지나왔습니다. 하늘과 땅의 드넓은 공간을 여관(逆旅)이라면서 우리가 지나는 시간을 ‘영원한 길손(百代之過客)’이라고 했던 이백(李白)이 등장하고, 달의 차오름과 기울어짐을 인생에 비유한 소동파(蘇東坡)도 나옵니다. 한반도를 경략하면서 그를 ‘천하(天下)’로 봤던 고려 태조 왕건의 웅지(雄志)도 적었습니다. 온양(溫陽)의 온천에 들렀던 조선 최고 군주 세종(世宗)의 자취와 회기(回基)에 담긴 조선 연산군의 비애도 그렸습니다.

다 사람이 그리는 정경(情景)이었습니다. 역명의 한자 스토리에는 그런 많은 내용이 담겨 있더군요. 우리는 지금 인생의 어느 역을 지나가고 있을까. 글을 적으면서 많은 생각에 접어들었습니다. 책 한권 상재(上梓)했다고 너무 티 나게 광고를 하고 있군요. 변변찮은 지식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글로 만나는 여러분들의 호응을 기대합니다. 책 내용이 괜찮다면 주변의 여러 친지들에게도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자 풀이]

梓 (가래나무 재, 가래나무 자): 가래나무(낙엽 활엽 교목). 목수, 목공. 나무 그릇. 판목(板木). 관(棺), 널. 고향
桑 (뽕나무 상): 뽕나무. 뽕잎을 따다.
桐 (오동나무 동): 오동나무(梧桐). 거문고. 땅 이름. 어린이. 딸을 낳은 부모님이 심던 나무다. 시집보낼 때 혼수 가구 만들어 주고자 했음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역시 좋은 재질로 유명하다. 잎사귀가 제법 커서 낙엽의 계절, 가을을 잘 알려주는 나무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라는 작고한 가수 최헌의 노래로도 유명하다. 악기인 거문고를 만들 때 애용했음.

[중국어&성어]

桑梓 sāng zǐ: 위 본문 설명과 같은 뜻. 고향을 가리키는 단어로 문장 등에서 자주 쓴다.
梓里 zǐ lǐ: 역시 고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65상재上梓?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