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3.단서(端緖)

bindol 2020. 12. 22. 06:02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23. 16:20

 

고대 실을 뽑는 과정을 그린 방적도. 누에의 고치에서 실마리를 잘 잡아야 실을 제대로 뽑는다.

 

 

 


누에에서 실을 뽑을 때 거치는 몇 개의 과정이 있다. 우선 누에의 고치를 삶아야 한다. 누에가 지은 고치를 뜨거운 물에 넣은 뒤 실을 골라내는 작업이 핵심이다. 둘둘 말린 고치에서 명주실의 가닥을 잘 잡아내야 하는데, 이를 한자로는 索緖(색서)라고 적는다.


가닥을 잘 잡았으면 실에 붙어있는 잡티 등을 제거하는 일이 따른다. 그를 理緖(이서)라고 한다. 아울러 실 가닥을 합쳐서 좀 더 야무진 실로 뽑아내야 하는데, 그 작업이 集緖(집서)다. 실 가닥 잡아가는 일을 ‘찾아내다’의 새김인 索(색), 고루는 작업을 ‘다듬다’의 새김인 理(리), 얇고 여린 실 가닥을 합치는 작업을 ‘모으다’ 새김의 集(집)으로 각각 적었다. 그 뒤에 같은 글자 緖(서)를 붙였으니, 우리는 이 글자가 적어도 실 가닥 내지는 실의 줄기 등의 뜻을 지닌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사전적인 정의에서 이 글자를 설명하자면 ‘실마리’다. 뭉쳐 있는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는 실의 꼭지에 해당한다. 이 가닥을 잘 잡아 풀면 타래의 뭉침은 술술 풀어진다. 그래서 문장의 시작을 緖言(서언, 序言과 같다) 또는 緖論(서론), 싸움의 시작을 緖戰(서전)으로 적기도 한다. 사물과 현상 등을 풀어갈 때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등의 정해진 순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두서가 없다”라고 한다. 그 ‘두서’는 한자로 頭緖(두서)다. 이 역시 뭉쳐 있는 타래를 풀기 위한 실마리의 뜻이다. 일의 시작 또는 차례 등을 일컫는 맥락이다.


단서(端緖)도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다. 컴퓨터 체계 안에서 맨 끝을 차지하는 게 단말기(端末機)다. “용모 등이 단정하다”고 할 때 ‘단정’의 한자는 端正인데, 그렇게 반듯한 모양을 일컫는 것 외에 이 글자의 핵심적인 새김은 ‘끝’이다. 그러나 단순한 ‘끝’은 아니어서, 어딘가 톡 튀어 나와 있는 부분, 또는 아예 시작과 시초라는 새김도 묻어 있는 글자다.

따라서 단서(端緖)라고 하면 역시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의 한자식 표현이다. 누에의 고치를 풀어갈 때 시작 또는 끝에 해당하는 그 가닥을 잘 잡아야 엉킨 고치의 실을 풀어갈 수 있다. 그 단서를 잡아내지 못하면 엉킨 실타래는 칼로 끊지 않는 한 풀어갈 수 없는 법이다.

엊그제 드러난 유명 종교집단의 회장 주검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일찌감치 그를 찾아냈지만, 누구의 주검인지를 가리지 못했다. 현장에 흩어져 있던 여러 실마리 등을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고 현장에서 그 원인과 진상을 캐는 데 핵심적인 ‘단서(端緖)’ 잡기에 실패한 것이다. 아예 그를 깡그리 무시하다시피 했으니 ‘이런 경찰 믿고 어떻게 사느냐’라는 탄식도 나온다.


마음은 뭉친 실처럼 갈래가 많아 그를 표현할 때 정서(情緖)라고 적기도 한다. 세월호에 이어 그 불행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던 주인공들의 도피행각, 그리고 단서조차 잡아내지 못하는 검찰과 경찰의 부실(不實)함을 보면서 우리는 우울한 마음에 빠진다. 실타래처럼 서로 엉킨 생각 또는 그런 생각의 가닥이 思緖(사서), 우울한 마음이 愁緖(수서)다. 폭염 끝에 내리는 장맛비가 여느 때처럼 시원하지만은 않다.

 

 

 

 

 

 

[한자 풀이]

端 (끝 단, 헐떡일 천, 홀 전): 끝. 가, 한계. 처음, 시초. 길이의 단위. 실마리, 일의 단서. 까닭, 원인. 막료. 예복. 조짐. 생각, 느낌. 등차, 등급.
緖 (실마리 서, 나머지 사): 실마리. 첫머리, 시초. 차례, 순서. 차례를 세워 선 줄. 계통, 줄기. 사업, 일. 나머지. 마음. 찾다. 나머지(사).
索 (찾을 색, 노 삭): 찾다. 더듬다. 동아줄, 노, 새끼(삭). 꼬다(삭). 헤어지다(삭). 쓸쓸하다 (삭). 다하다(삭).

[중국어&성어]

端绪(緖) duān xù: 단서. =头绪(頭緖) tóu xù =端倪 duān ní.
千头(頭)万绪(緖) qiān tóu wàn xù: 실마리가 너무 많아도 걱정이다. 천 갈래 만 갈래다. 일이 매우 복잡한 상황을 일컫는다.
蛛丝(絲)马(馬)迹 zhū sī mǎ jì: 해석은 몇 갈래가 있다. 우선은 거미줄(蛛絲)과 말 발자국(馬迹). 거미가 드리운 줄과 말이 남긴 발자국을 통해 거미와 말의 소재를 찾는다는 뜻. 어떤 일의 ‘흔적’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성어다. 말이 그냥 말(馬)이 아니라 부뚜막에 사는 곤충을 이른다는 해석도 있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63단서端緖?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