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6.공염불(空念佛)

bindol 2020. 12. 24. 05:58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6.공염불(空念佛)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 6. 14:58

중국 남북조 시대 양(梁)나라 고승 지공대사의 초상이다. 불교의 핵심 개념인 空(공)을 주제로 지은 <만공가(萬空歌)>로 유명하다.

 

헛소리, 실천은 없는 말뿐의 공약, 쓸 데 없는 언행 등의 뜻을 지닌 말이 공염불(空念佛)이다. 제 마음 속의 희구(希求)를 담아 외는 것이 염불(念佛)이지만, 그 행위가 그저 되뇌는 것만으로 끝나 결국 아무런 실속이 없는 경우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쓰임은 그렇지만 불교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인 ()의 새김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것, 실상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본질의 그 무엇, 비어 있음, 제로(), 없음() 등의 의미를 지닌 이 글자는 깊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철학, 종교적 개념이다.

불교가 중국 땅에 흘러들어 수냐(sunya)라는 원어가 한자인 ()으로 자리를 잡았다. 눈으로 보는 것 안에 숨겨진 본체(本體)와 실상(實相)을 깨우치는 개념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이 그에 눈을 떠 ()에 관한 다양한 논설들이 줄을 이었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노랫말이 있다. <萬空歌(만공가)>라는 시문이다. 그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깊이를 지녀 옮긴다. 그 노래 제목은 모든 것()이 실제는 비어있다()’는 뜻이다.

하늘도 공이요, 땅도 공이리니, 아득한 인생이 그 안에 있도다. 해도 공이요, 달도 공이라, 동쪽에 올라 서쪽으로 내려앉음이 누구의 공덕일까. 금붙이도 공이고, 은붙이도 공이니, 죽은 뒤에 그를 손에 쥔 적이 있던가. 아내도 공이요, 자식도 공이라, 황천길에서는 서로 만날 수 없음이라. 권세도 공이요, 명예도 공이리니, 어느덧 황폐한 땅의 봉분 하나로 변할 뿐이리. (天也空地也空人生渺渺在其中. 日也空月也空東昇西墜為誰功. 金也空銀也空死後何曾在手中. 妻也空子也空黃泉路上不相逢. 權也空名也空轉眼荒郊土一封.)”

이 작품은 명()나라 때의 오공(悟空)이라는 이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 원류는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 때의 선사인 지공(志公 418~514)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의 내용은 그의 장편 시문을 간추린 작품으로 보면 좋다.

하늘과 땅, 해와 달, 금과 은, 처와 자식, 권력과 명예 등에 걸린 앞가림을 걷고 본질을 직시하면 그 원래의 모습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세월의 갈마듦을 사려 깊게 지켜본 사람들이라야 어렴풋하게 깨달을 수 있는 내용일 테다.

속세와 거리를 둔 불교의 수행자들에게는 큰 화두임에 분명하다. 그처럼 일상의 번잡함은 벗지 못했더라도 저자거리에서 나름대로 청정한 마음을 되찾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이 내용은 와 닿을 수 있다. 내면의 고요와 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에만 몰두할 수는 없다. 그 반대를 이루는 ()의 세계 또한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범속한 사람에게는 퍽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때로는 그렇게 비워야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 비우지 못하면 채우지도 못하는 법이니까 그렇다.

새해 벽두부터 위기의 요소가 도저하다. 나라 살림의 근간인 경제가 꽁꽁 얼어가는 형편이고, 사회의 전반을 아우르는 정치는 갈등과 반목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한 번 쯤은 우리 모두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깨끗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되새겨 볼 때다. 그래서 소개한 노랫말이다.

그나저나 북한이 또 말썽이다. 수소폭탄을 개발했노라고 호언을 하는데, 한국이 맞는 위기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소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북한의 행태가 그야말로 공염불이었으면 좋겠다. 허장성세(虛張聲勢)로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런 경우 말이다.

 

<한자 풀이>

(빌 공): 비다. 없다. 헛되다. 쓸데없다. 쓸쓸하다. 공허하다. 비게 하다. (구멍을)뚫다. 통하게 하다. 막히다, 곤궁하다. 구멍. 공간. 하늘. 공중.

(생각 염, 생각 념): 생각. 스물, 이십. 잠깐, 극히 짧은 시간. 생각하다, 마음에 두다. 기억하다. 외우다, 읊다, 암송하다. 삼가다. 가엾게 여기다.

(아득할 묘): 아득하다. 물이 끝없이 넓다. 작다, 아주 작다. 멀다. 어렴풋하다. 물이 끝없이 이어진 모양.

(떨어질 추): 떨어지다, 낙하하다. 떨어뜨리다. 부수다, 무너뜨리다. 드리우다, 늘어뜨리다. 잃다, 손상시키다.

 

<중국어&성어>

天也空地也空人生渺渺在其中.

tiān yě kōng dì yě kōng rén shēng miǎo miǎo zài qí zhōng

日也空月也空东升西坠为谁功.

rì yě kōng yuè yě kōng dōng shēng xī zhuì wéi shuí gōng

金也空银也空死后何曾在手中.

jīn yě kōng yín yě kōng sǐ hòu hé céng zài shǒu zhōng

妻也空子也空黄泉路上不相逢.

qī yě kōng zǐ yě kōng huáng quán lù shàng bù xiāng féng

权也空名也空转眼荒郊土一封.

quán yě kōng míng yě kōng zhuǎn yǎn huāng jiāo tǔ yī fēng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36공염불空念佛?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