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3. 징비(懲毖)

bindol 2020. 12. 25. 05:48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7. 27. 16:29


1950년 8월 운명의 낙동강 전선 최고 격전, 다부동 전투
당시의 백선엽 국군 1사단장(왼쪽).

 

 

 

예전의 잘못을 제대로 다스려(懲) 뒤에 닥칠 우환을 경계하다(毖)는 뜻의 징비(懲毖)라는 단어는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의 재상 유성룡(柳成龍)의 책 이름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이미 나타난 착오와 오류, 잘못 등에서 교훈을 이끌어내 미래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과거와 미래가 등장하는 틀의 성어는 적지 않다. 우선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옛 것을 익혀 앞에 닥칠 것을 미리 안다는 뜻의 성어다. 단지, 뒤돌아보는 대상이 잘못과 과오 등이 아니라 성현의 말씀이라는 점이 다르다. 같은 맥락의 성어로는 계왕개래(繼往開來)도 있다.

 

옛 것을 이어받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간다는 뜻이다. 위(앞)의 것을 이어받아 아래(뒤)를 열어간다는 뜻의 성어 승상계하(承上啓下), 승전계후(承前啓後)도 같은 흐름이다. 좋은 것, 훌륭한 유산 등을 잘 돌이켜 봄으로써 과거를 미래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는 자세다.

 

그에 비해 징비(懲毖)가 새기고자 하는 우선의 대상은 잘못이나 오류 등이다. 그 가운데 우리 쓰임은 거의 없으나 중국에서 자주 쓰는 성어가 있다. 징비에 매우 가까운 새김의 성어다. 痛定思痛(통정사통)이다. 내가 겪은 아픔(痛)이 가라앉은(定) 뒤 다시 그 아픔(痛)을 생각하다(思)는 엮음이다. 내가 당하거나 저지른 아픔, 오류 등을 깊이 되새겨 훗날에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과거의 경험은 미래를 열어가는 토대다. 그를 바탕으로 제 자리를 잘 잡아가는 사람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과거의 경험이라는 것이 오류, 소홀함, 방만함, 게으름에서 비롯한 깊은 아픔이라면 더 그렇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길어 올리지 못하면 더 큰 우환을 안거나, 더 심각한 재앙을 맞이할 수도 있는 법이다.

 

앞에서 나아가다 뒤집어진 수레의 바퀴 자국을 그대로 밟는 일을 가리키는 성어가 있다. 우리는 흔히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식의 경구로 자주 쓴다. 전거복철(前車覆轍), 답복거지철(踏覆車之轍)로도 쓴다. 중국에서는 주로 重蹈覆轍(중도복철)로 쓴다.

 

지난 27일은 정전 63주년의 날이었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6.25전쟁의 포화가 멎은 지 벌써 그런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3년 여 벌어진 전쟁의 교훈을 얼마나 새기고 있을까. 그런 의문을 품고 필자는 최근 책을 한 권 다시 엮었다.

 

6.25전쟁 야전의 명장 백선엽 장군의 전쟁 철학을 담은 책이다. 서명은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아래 배너 참조)이다. 7년 여 동안 백 장군을 인터뷰해 그의 구술을 중심으로 전쟁터의 리더십, 우리의 싸움 기질 등을 다룬 전쟁철학 종류의 책이다.

 

독자들께 송구스럽지만, 이번 글에서는 책 광고를 담았다. 맥아더의 성공과 좌절, 기만과 우회 매복 등에 강했던 중공군의 전법, 도발은 벌였으나 정작 전쟁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김일성 등을 언급한 내용이다. 앞으로 3권까지 펴낼 예정이다.

 

“쉽게 나섰지만 역시 쉽게 등을 보이며 물러날 적이 많았다”는 게 숱한 야전에서 진두를 이끌었던 백선엽 장군의 회고다. 전후(戰後)에도 비리와 부정에 몸을 담는 군인이 적지 않았다. 아울러 정치의 흐름에 먼저 뛰어 들어가는 정치군인도 등장했다. 사느냐 죽느냐를 다투는 전쟁터에서 쉽게 등을 보이고 먼저 내뺄 군인들이다.

 

우리사회의 전체 분위기는 어떨까. 66년 전의 전쟁에서 쉽게 나아갔다 쉽게 물러섰던 당시 우리의 싸움 기질로부터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앞으로 벌어질 질기고 모진 여러 형태 싸움에서 우리는 제 자리를 지키며, 옆의 동료와 생사를 함께하며 옳게 싸울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이 책의 가장 굵은 줄거리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63-징비懲毖?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