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5. 담박(淡泊)

bindol 2020. 12. 25. 05:50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5. 담박(淡泊)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8. 17. 15:52

공자가 뜰을 지나가던 자신의 아들 공리를 불러 가르침을 줬다는 일화를 상상해 그린 그림이다.

 

 

 

공자의 아들 공리(孔鯉)는 아버지가 서 있는 뜰을 지나다 두 번 혼난 적이 있다. 어른이 있으므로 고개를 수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공자는 아들을 불러 세운 뒤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는 제대로 익혔느냐” “()는 잘 배웠느냐는 질문.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두 가지를 꼭 배워 익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제대로 못 했습니다며 말끝을 흐리는 공리에게는 그 시간이 힘겨웠을 법하다. 부모가 집에서 자식을 깨우친다는 뜻의 정훈(庭訓)’이라는 말은 예서 비롯했다.

 

먼저 쌓은 경험과 지식을 후대에 제대로 전하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나 모두 중요하다. 많은 문인과 관료, 심지어는 황제까지도 자식에게 좋은 가르침을 전하려 정훈을 남겼고, 그는 가훈(家訓)이라는 형태로 지금에도 많이 전해진다.

 

<삼국지(三國志)>로 잘 알려진 제갈량(諸葛亮)계자서(誡子書)’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가르침이다. 54세에 달한 제갈량이 여덟 살 아들에게 내린 문장이다.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사실상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주는 교훈이다. 천하를 셋으로 나눠 세력이 약한 촉한(蜀漢)의 명운을 힘겹게 이끌고 온 제갈량의 경륜이라면 그 누구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겠다.

 

그는 담박(淡泊)과 영정(寧靜)을 강조했다. ‘담박이란 깨끗하고 고요함을 유지해 스스로 담담함을 이루는 경지다. ‘영정또한 마음에 선입견을 두지 않아 평온함을 유지하는 상태다. 모두 흔들림 없는 물에 비유한 마음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제갈량은 그 글에서 무릇 군자(君子)는 고요함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검소함으로 덕을 키운다.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非淡泊無以明志), 고요하지 않으면 먼 곳에 이르지 못한다(非寧靜無以致遠)고 말했다.

 

마음 상태가 담담하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외부의 선입견에 휘둘려 마음을 잡지 못하면 원대한 목표 또한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을 집약해 표현한 위의 명구는 담박명지(淡泊明志)’ ‘영정치원(寧靜致遠)’이라는 네 글자 형태의 성어로 정착했다. 요즘도 사무실에 이 글귀를 걸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많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고요해 결국은 좋은 꽃과 열매를 맺으려 힘을 쏟아야 할 우리 청소년이 쉬이 흔들린다. 순간적인 손놀림에 의존하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니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나 그런 흐름이 거센 태풍처럼 휩쓰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두고 볼 때 젊은이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도 많은 생각을 자아낸다. 우리 대표 팀은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성적은 예전만 못하다. 오랜 극기와 노력으로 평정심의 경계를 이룬 양궁 대표 팀의 성적에 비해 다른 종목 선수들의 성과는 시원치 않다. 우리보다 더 나은 외국 선수들의 분전이 큰 이유이겠으나 장기간 묵묵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 않느냐는 물음이 든다.

 

먼 곳에 이르러 넓고 장엄한 경계를 이루는 사람이 길을 가는 방법은 역시 낮은 욕망을 절제하며 스스로를 다스려 마음의 상태를 담연(淡然)하게 두는 데 있다. 우리는 그를 조금씩, 아니 어쩌면 크게 잊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어지는 염천(炎天)에 리우의 소식이 퍽 우울해 품어본 생각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65-담박淡泊?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