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7. 사간(司諫)

bindol 2020. 12. 25. 05:54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7. 사간(司諫)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8. 31. 16:19

외국의 한 신문사 편집국 모습이다.

정론과 직필로 옛 왕조 시절 사간(司諫)의 역할을 하는 곳이 현대 언론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史劇)에 사간(司諫)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간관(諫官) 또는 언관(言官)이라는 직함으로도 나온다. 정무 일반을 감찰하는 사헌부(司憲府)의 대관(臺官)과 함께 병칭해 대간(臺諫)으로도 불렸다. 살피고 경계하는 직무를 지닌 사람이다.

 

한자 초기 바탕에서 ()는 일정한 권한을 지닌 채 주술적인 행위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로부터 무엇인가를 관장하다,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의 뜻을 얻었다. 다음 글자 ()은 사람의 언어에서 무엇인가를 가리고 살피는 행위다.

 

따라서 사간(司諫)은 사람 말에 숨은 옳고 그름, 흑백(黑白), 바르고 어긋남의 정오(正誤)를 가리는 업무다. 요즘으로 치자면 바로 언론(言論)에 해당하는 직무, 또는 그런 영역의 종사자다. 조선 내내 왕권이 매우 중시했던 벼슬로서 그런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곳을 사간원(司諫院)으로 불렀다.

 

이런 사간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황제, 또는 왕의 비판자로서도 활동했다. 임금의 발언과 행위 등에 대해서도 서슴없는 비판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중국 동한(東漢) 때는 이를 산기(散騎)로 적었다.

 

안에서는 임금 곁에 바짝 붙어 비판과 충고를 하면서 밖에 나가서도 따로 말을 타고 움직이며 같은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따로 말을 타고 움직이다라는 맥락에서 산기(散騎)라는 이름을 얻었으리라. 일정한 형식과 대열에 섞이지 않은 채 독립적인 행동을 하며 비판과 충고, 심사 등을 행하는 사람이다.

 

아니 되옵니다~!”라면서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임금의 부당한 언사와 행위에 맞서는 사극 속 간관의 이미지가 눈에 떠오른다.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던 봉건시대 왕권을 견제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장치다. 이 같은 견제와 감시가 절대 권력의 왕조를 제법 긴 시간 이어지게 했던 동력이었을 수 있다.

 

직무는 단순치 않았다. 조야에서 올라오는 모든 논의를 접수해 보고하는 기능(獻納諫諍), 임금이 행하는 인사에서 오류가 있지 않은지를 감시하는 일(駁正差除) 등도 그에 들었다. 임금의 뜻이 담긴 교지를 받아 전파하는(受發敎旨) 일도 맡았다.

 

시류와 함께 흘러 다니는 여론(輿論)을 수렴해 많은 이에게 이를 알리는 일, 주요 관직 인사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행위,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기관의 발표문을 보도하는 업무 등을 제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는 요즘의 언론매체와 같은 기능이다.

 

따라서 옛 간관들에게는 매우 강한 권한이 쥐어진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이들에게는 매우 높은 도덕성이 필요했다. 사회 전반에 흐르는 기운을 옳고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일을 맡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 점은 요즘의 우리 언론도 마찬가지다. ‘무관(無冠)의 제왕(帝王)’이라는 힘 못지않게 아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주요 언론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올랐던 사람의 도덕성이 요즘 화제다.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을 위해 논조를 비트는 곡필(曲筆)의 혐의, 함께 즐기고 나눈 정황이 드러나서다.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의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기자를 기자 쓰레기라는 뜻의 기레기로 부르는 대중의 험구(險口)가 더 모질어질 듯하다. 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한질주를 벌이는 사회의 분위기에 취해 제 자리를 잃은 언관(言官)’의 자업자득일지 모른다. 이 사회의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을 가릴 사람들도 점차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67-사간司諫?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